동아일보 내부에서 보도편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동아일보 노동조합은 6월 펴낸 ‘공정보도위원회광장’에서 전문가·독자·기자 등 38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인터뷰에 참여한 전문가 그룹은 김종배 시사평론가,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유영숙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 유은혜 민주당 의원, 삼성 계열사 홍보팀 관계자 등 17명이다. 여기에 일반 독자 9명, 동아일보 기자 12명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동아일보 노조는 인터뷰 결과를 공개하며 “대부분의 답변자들은 몇몇 특정 기사가 문제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지면에 정파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갖고 있었다”며 “개별 기사 수준에서는 오류가 없어도 한쪽 진영에 유리한 기사는 크게, 불리한 기사는 작게 쓰는 편향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특히 독자들 중에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의 보도에 실망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동률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는 노조 공보위와 인터뷰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으로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사안에) 접근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중견 언론인은 “비슷한 사안인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강도 높게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그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편향 보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김성진 변호사(전 동아일보 대선보도 검증위원)는 “동아가 유독 경제민주화 측면에서는 앞장서서 반대 진영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윤영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동아에서 올해 들어 상당히 여권·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지만 경제 분야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입사 5~10년차 사이의 한 동아일보 기자는 “누리꾼과 포털은 악惡, 대기업은 사회의 수호자라는 구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노조는 “특기할 사항은 전문가그룹 독자들이 최근 1년 동안 동아일보가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일부 인사들은 이런 변화에도 숨은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며 전폭적인 지지는 유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공보위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와 각을 세우는 특종 하나를 빵 터뜨린다고 해서 바로 이미지가 바뀌지는 않는다. 뚜벅뚜벅 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동아일보의 보도에 항의하는 한 시민. ⓒ이치열 기자
 
최영훈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이번 결과에 대해 “중간층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 보수가 돼야 한다는 게 개인 생각”이라며 “더 변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노조 측에 밝혔다. 최영훈 편집국장은 “정치권력뿐 아니라 재벌로 상징되는 대기업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시장경제 자체나 기업 활동을 규제하는 활동에 대해서도 비판 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노조는 이번 설문 결과를 두고 “동아의 젊은 기자들에게 취재거부 경험은 낯설지 않다. 공정보도를 향한 그간 우리의 노력이나 실체와 무관하게, 비록 인상 비평일지라도 동아는 불공정하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상당수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보위광장은 2008년 12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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