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단독보도’ 불방 논란과 관련, 리포트를 쓴 사회1부 법조팀 고한석·이승현 기자가 YTN간부와 국정원 직원간의 통화 의혹을 부정한 보도국장의 주장을 반박하며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 기자들은 “불방의 본질은 YTN 누군가가 국정원 직원에게 보도국 회의 내용을 전했을 가능성과 그 의도에 대한 조직원들의 깊은 우려”라고 주장했다.

고한석·이승현 기자는 지난 25일 오후 6시 경 회사 내부공용메일센터에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올렸다. 24일 오후 6시 경 이홍렬 YTN보도국장이 “어느 간부도 보도국 회의 내용을 국정원 간부에게 전해준 사실이 없다”며 사측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관련기사= )

두 기자는 <‘진실게임'은 본질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직접 들은 것과, 취재 과정에서 보고 받고, 지켜 본 내용, 당시 정황 등을 종합했기 때문에 팩트라 자신한다”며 사건일지를 기재했다. 이들에 따르면 20일 오전 8시33분 국정원 직원 A씨가 이승현 기자에게 전화를 했으나 이 기자가 받지 못했다. 9시7분 국정원 대변인이 이 기자에게 전화해 내용이 과하다는 취지로 리포트에 대한 반론을 요구했다. 오전 9시43분 이승현 기자가 국정원 직원 A씨에게 콜백해 4분 17초간 ’문제의‘ 통화를 나눴다.

   
▲ 지난 20일 방송된 YTN 국정원 SNS 정치개입 의혹 단독보도.
 
기자들은 “국정원도 반론 보도를 요구 할 수 있다. 당연한 권리다. 문제는 (통화에서) ‘보도국 회의'를 언급했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국정원 직원의 통화내용은 이렇다. “보도국 회의에서 기사 가치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단독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기자들은 “사태가 커지자 국정원 직원은 (이후 통화에서) ‘보도국 회의에서 기사 가치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단독이라는 것에 대해서도…’라고 말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이 발언을 두고 “명백한 거짓말이다. 국정원 직원이 앞으로 있을 우리 보도국 회의를 뭣 하러 걱정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보도국장 차원에서 확인된 바로는 (국정원 직원과 통화한 간부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를 사칭해 취재기자를 기만했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국정원 측에 정확한 사실 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실제 보도국 회의 내용을 알려준 간부가 있다면 엄중 문책하는 것이 상식적 결론이지만 현실은 상식과 달랐다. ‘기사 내용이 어렵고 애매하다’, ‘과연 단독 붙일 수 있냐’ 이런 국정원 직원의 워딩이 없었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본질은 YTN 누군가가 국정원 직원에게 보도국 회의 내용을 전했을 가능성과 그 의도에 대한 조직원들의 깊은 우려”라고 전한 뒤 “회사 기강의 문제이자, 기자 윤리의 문제이고, 언론사 존립 근거를 흔드는 문제다. 모처럼 만들어진 일하는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진실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YTN 사측관계자는 “보도국장이 추가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 지난번 밝힌 입장에 충분히 담겨있다고 판단한다. 보도국장은 국정원 직원과 통화를 한 사실도 없고 (국정원 리포트와 관련해) 어떤 외압도 받은 바 없어 노조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홍렬 보도국장은 추가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기사= )

   
▲ YTN 본사.
 
지난 6일 YTN노조는 국정원 직원 A씨와 통화사실을 공개하며 “그는 보도국 회의내용을 감지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으며, 누구에게 들었냐고 묻자 간부는 아니고 다른 루트를 통해 들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국정원 직원, YTN 보도국 회의내용 알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국정원 리포트가 보도국장 지시나 보도국 회의를 거치지 않고 방송이 중단된 이번 사건은,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회의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등장하며 방송이 중단되게 한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추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현재 YTN보도국은 국정원 직원에게 전후사정을 추궁하는 대신, 외압이 없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YTN노사는 28일 오후 3시 공정방송위원회 정기 회의를 개최해 이 문제의 진상을 다툴 전망이다.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보도국 회의내용이 국정원에 유출된 것도 문제지만 특종 리포트를 방송하다 뺀 것을 두고 많은 기자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YTN노조는 27일 내놓은 성명에서 “국정원 정치개입 특종 리포트는 당일 새벽 5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고작 3시간 동안만 4번 방송됐다. 오전 10시 뉴스에서는 ‘박지성 결혼 발표 생중계’에 밀려 결국 방송되지 못했다. 시청률 위기 상황 속에서 특종 리포트까지 짓밟은 해사행위만으로도 임종열 편집부국장과 이홍렬 보도국장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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