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달 경력기자 채용을 진행해 합격통보까지 했지만 정작 출근을 시키지 않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합격통보를 받은 기자 3명은 직장을 그만 두고 첫 출근을 기다리다 사실상 채용이 무산돼 다니던 직장마저 잃었다. 

이번 채용과정을 알고 있는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인 조선뉴스프레스는 지난 4월 비공개로 지역주재기자 경력 채용을 진행했다. 조선일보 지역주재기자 가운데 올해 초 경기도·강원도 등을 담당하던 기자들이 연속적으로 그만두며 취재지역에 공백이 생긴 결과였다.

조선뉴스프레스는 경기도 1명, 강원도 1명, 울산 1명 등 총 3명을 비공개 채용으로 뽑았다. 합격자에겐 5월 중순 경 유선으로 합격을 통보하고 희망연봉을 물었다. 구두 상으로 연봉협의도 마쳤다. 첫 출근은 5월 27일로 통보했다. 하지만 통보하고 며칠 안 돼 합격자에게 “내부사정 때문에 보류됐으니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 전달됐다. 이후 “채용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무기한 보류다”라는 통보가 전달됐다.

이번 채용과정에 밝은 한 인사는 “조선뉴스프레스를 세운 게 구조조정 차원이라고 들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기자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어서 그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본사.
 
조선일보는 지난해 7월 부산 해운대 태풍 사진 오보와 그해 9월 전남 나주 성폭행범 사진 오보 이후 지역기자들의 소속을 조선일보에서 조선뉴스프레스로 옮겼다. 소속이 바뀌면서 지역 기자 수(TO)도 2013년 22명에서 17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취재기자는 이번 채용취소논란을 두고 “웬만한 기자들은 다 알고 있다. 합격 통보를 받은 기자가 동료들에게 밥까지 사줬다고 들었는데 마지막에 방상훈 사장의 결제가 나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조선일보의 행태는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조선일보야말로 갑의 횡포다”라고 말했다.

조선뉴스프레스 인사팀 담당자는 24일 전화 통화에서 “전형이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으며, 25일에는 채용이 취소된 건지 묻자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조선뉴스프레스 인사팀 박재승 총무부장은 27일 “채용을 비공식적으로 진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합격통보를 한 적이 없다. 세 분 모두 연봉이 안 맞아서 채용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노동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본채용을 지연하거나 뒤늦게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것은 해고로 볼 수 있다. 채용내정을 취소하려면 건강 악화 등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채용내정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취소한 경우는 사법상 무효에 해당하며, 사용자는 손해배상 책임도 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합격통보를 받은 뒤 채용이 취소된 것이어서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다.

언론노조 김민아 노무사는 “합격통보까지 하고 채용을 확정한 상태에서 회사에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은 일종의 해고라고 주장할 수 있다”며 “노동위원회 또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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