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5일 국정조사에 합의하기까지엔 대학생·시민들의 적극적인 불법대선 개입 규탄 움직임이 있었다. 서울대·이화여대 총학생회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전국 20여개 대학이 잇달아 시국성명·기자회견을 발표했다. 대학에서 시작된 이 같은 움직임은 순식간에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20일 대검찰청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국정원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 파기”라며 “공정한 1표를 위해 희생된 선배들을 기억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날 이화여대도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이화인 시국선언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화여대 학생 500여명의 서명이 반영된 결과였다.

숙명여대,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총학생회 등이 21일 기자회견을 연 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방 소재 대학에도 이어졌다. 전남대학교 21일 오전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국가정보원법 제9조는 국정원의 정치참여를 금지하고 있다”며 국정원 선거개입을 비판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부산·경남·대구 지역 대학도 잇달아 입장을 표명했다. 부산대, 한국해양대, 창원대, 경상대 총학생회와 동아대 사회대 학생회는 24일 오전 부산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구 경북대학도 이 날 오후 공식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한 경북대 학생은 총학생회 페이스북에 “서울대, 부산대 보다는 늦었지만 성명서 발표를 응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방학이 시작됐지만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더 다양하게 연출되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24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624 경희인 걷기대회’를 주최했다. 참가자 70여명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경희대 정문에서 회기역까지 15분가량 행진했다.

이 날 오후에는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학생 100여명이 명동에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이들은 국정조사,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써니’라는 곡에 맞춰 약 10분간 춤 춘 뒤 순식간에 흩어졌다. 플래시몹에 참가한 곽호준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은 “방학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고 참가동기를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학생 90여명은 명동 예술 극장 앞에서 ‘국정조사 요구’ ‘민주주의 훼손 반대’ 등의 취지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대학가에서 시작된 움직임은 순식간에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시민 500여명은 21일 광화문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첫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21일 오전 국정원 규탄 가두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한대련 소속 학생들의 소식에 분노하기도 했다. 30개월 아이와 함께 나온 안승혜(32)씨는 “낮에 대학생 연행소식을 봤다”며 “힘을 보태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야당의원들도 거리로 나왔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22일 촛불집회에서 “민주당이 사는 길은 국회에서 조용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며 “다시 거리에서 만나 싸웁시다”라고 말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 역시 “국회의석만을 지키면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없다”며 “주말이면 이곳에서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정청래 민주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참가해 연대의사를 밝혔다.

23일에는 경찰의 최루액 발사가 시민의 공분을 낳았다. 사흘 째 이어진 23일 촛불집회에서 경찰은 행진하던 시민들에게 최루액을 발사해 이를 맞은 고등학생 차 아무개군이 쓰러져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학생 90여명은 명동 예술 극장 앞에서 ‘국정조사 요구’ ‘민주주의 훼손 반대’ 등의 취지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한편 여야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해 향후 촛불집회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김상윤 한대련 연사위원(26)은 “본회의인 7월 2일까지는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이라 말했다. 그는 “금요일에 집중촛불을 계획하고 있다”며 “금요일에 더 많은 사람이 모여야 국정조사가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오후 2시께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학생 90여명은 명동 예술 극장 앞에서 ‘국정조사 요구’ ‘민주주의 훼손 반대’ 등의 취지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사진-이하늬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