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가정보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현직 기자들의 여론이 싸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오늘이 청와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담당 출입기자 대상으로 25일 전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조사에 응한 기자 100명중 82%가 이번 회의록 공개를 두고 ‘부적절’ 또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청와대·외교부·통일부·국방부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출입처에 해당하며 해당 부서 출입 기자들은 이번 ‘회의록 파장’에 정보가 빠르고 가장 민감한 집단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 28명, 외교부 출입기자 14명, 통일부 출입기자 39명, 국방부 출입기자 19명이 답했다. 미디어오늘은  25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확보한 출입기자목록에 있는 기자 모두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기자들은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매우 적절하다’(3%), ‘적절하다’(10%), ‘부적절하다’(37%), ‘매우 부적절하다’(45%), ‘모르겠다’(5%)로 답했다. ‘매우 부적절하다’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합하면 국정원의 회의록 공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82%로 나타났다. 통신사 소속의 한 기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록 공개에 부적절하다고 응답한 82명의 기자들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 이유를 묻자 ‘정상 간의 회담공개로 인해 향후 한국 정상외교의 부담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36명)라는 문항에 가장 많이 답변했다. 다음으로는 ‘집권 세력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덮기 위해 남북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30명)라는 답변이 많았다.

이어 ‘대통령 기록물 공개는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10명)라는 응답과 ‘회의록 원본이 아닌 국정원에 의해 짜깁기된 발췌록이기 때문이다’(5명)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기타의견을 전한 모 기자는 “회의록 공개는 동의하지만 발표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10월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회의록 공개가 적절했다는 의견을 제시한 13명의 기자들은 적절한 이유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대통령의 통치행위도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7명)라는 의견을 제일 많이 꼽았다. ‘NLL논란을 종식시키는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3명), ‘정상 간의 외교적 신의의 문제보다 국가지도자의 영토수호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2명), ‘국정원이 합법적 절차를 거친 합법적 행정행위이기 때문이다’(1명)라는 의견도 있었다.

   
국정원에 의해 공개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내용
 

이번 회의록 공개 결정을 두고 남재준 국정원장의 단독 행동이라고 보는 기자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번 회의록 공개 결정은 누가 결정한 것이라 보나’는 질문에 응답한 기자의 31%가 이번 공개 결정이 ‘3자(청와대, 국정원, 새누리당)의 전략적 협의에 의한 결정’이라 답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회의록 공개 결정을 했다’는 응답도 26%나 나왔다. 반면 ‘남재준 국정원장의 결정’이란 답은 22%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란 응답은 6%, ‘잘 모르겠다’는 답은 15%로 나타났다. 현재 청와대는 ‘국정원의 단독행동’이라며 선긋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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