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정확한 사실과 진실만을 보도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다지만 오보가 한 건도 없는 언론사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단독 욕심, 속보 경쟁은 종종 오보로 이어진다. 
 
하지만 오보에도 ‘종류’가 있고 ‘격’이 있다. 모든 오보는 잘못된 것이지만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아이템이 오보로 이어질 땐, 그 파장이란 사뭇 다르다. 기자 개인에게도 치명적이겠지만 언론사 역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해당 언론사의 신뢰도는 추락하게 된다. 
 
MBC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매우 민감한 오보’를 냈다. MBC는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던 지난해 10월 1일, <뉴스데스크>에서 당시 안철수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다. 
 
당시 안철수 후보가 대선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봤을 때 안 후보의 논문표절 건은 사실일 경우 후보 사퇴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상당히 중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MBC의 취재는 ‘통상적인’ 방식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당시 상황을 반추해보면, 우선 MBC는 논문 표절에 대한 안 후보 측의 주장을 완전히 왜곡해서 전했다.

안 후보 측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는데도 MBC는 안 후보 측이 “후보와 논의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보도했다. 안 후보 측의 입장을 확인한 시간도 뉴스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이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안 후보의 논문 의혹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준비된 보도 일정에 맞춰 무리하게 진행해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일어났다. MBC는 안 후보가 표절했다는 서아무개 교수의 논문을 뉴스화면에 제시했지만 정작 이는 서아무개의 동명이인인 다른 사람의 논문이었던 것. 취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한 마디로 ‘정신없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MBC는 안 후보가 볼츠만곡선을 아무런 표시 없이 인용했다며 표절이라고 결론내렸지만 전문가들은 “볼츠만곡선은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과 비견되는 물리학적 법칙”이라며 인용문을 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반박했다. MBC는 중대하고 전문적인 영역의 사안을 보도하면서도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보도한 MBC <뉴스데스크>
 
이후 객관적인 기관을 통해 MBC보도가 명백한 오보임이 밝혀졌다. 서울대 측은 예비조사에서 ‘논문 표절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MBC에 대해 법정제제인 ‘경고(벌점 2점)’ 조치를 했다. MBC는 이 보도 건으로 언론사로서는 톡톡히 망신 당한 셈이다. 
 
이쯤 되면 이 사안을 기억하건, 아니면 다시 떠올렸건 ‘오보 낸 그 기자, 어떻게 됐나’란 의문이 들 법하다. 후폭풍이 대단했던 이 사안을 보도했던 현원섭 기자는 그러나, MBC 내에서 아무런 조치도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 말이다. 지난 10월 이후 ‘아무 문제가 없었던 듯’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물론, ‘김재철 체제’ 이후 보도 공정성 부문에서 심각하게 추락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MBC에서 ‘이런 일 쯤이야’, 혹은 ‘오히려 징계를 받는 게 이상한 일 아닌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MBC엔 이런 일도 있었다. 최근 김종국 MBC 사장은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한다’는 오보를 낸 김세의 정치부 기자와 박승진 정치부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MBC가 여당 편향적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마당에 야당의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오보를 냈으니, 회사 차원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언론사로서 당연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 잘못 보도하고, 회사를 법정제제까지 받게 한 기자에 대해 MBC가 아무런 조치도 없다면? 이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취임 당시 “직을 걸고 공정방송을 실현하겠다”고 말한 김종국 사장은 이를 무엇으로 증명할 건가. 대형 오보로 MBC 신뢰도를 심각하게 추락시킨 기자에게 합당한 조치를 내리지 않는다면 MBC의 공정방송 회복은 물론, 김 사장의 약속도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8개월 전에 일어난, 어찌보면 해묵어 보일 수 있는 일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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