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보원의 대통령선거개입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정원 여론조작’ 관련 단독보도를 했던 YTN 기자가 지난 20일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리포트가 누락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정원 직원이 보도국 내부관계자만 알 수 있는 해당 리포트에 대한 보도국 회의 내용을 파악하고 기자에게 회의 내용을 전하며 국정원의 입장을 반영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24일 긴급성명을 내고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한 특종 리포트의 방송중단 사태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한 국정원 직원이 당일 리포트가 한창 방송되고 있던 오전 시간대에 YTN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원 입장도 반영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보도국 회의에서도 해당 기자의 리포트에 대해 기사 내용이 좀 어렵고 애매하다는 지적들이 있었고, 과연 단독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느냐는 의견들이 나왔다고 하니 참고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YTN노조는 “국정원 직원이 기자에게 전한 보도국 회의 내용은 리포트 방송 중단 이후 논란이 발생하자 보도국장이 공추위에 제시한 해명에 나와 있는 ‘보도국 회의 내용’과 일치한다”며 “당시 보도국 회의 참석자들 이외에 YTN 구성원은 대부분 모르고 있던 보도국 회의 내용을 국정원 직원이 어떻게 알고 YTN 기자에게 이런 전화를 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한 뒤 “YTN 내부 직원이 국정원과 내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YTN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 건 포착'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임장혁 YTN노조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리포트를 작성한 이승현 기자는 20일 오전 9시 40분 경 국정원 직원 A씨와 통화했으며 A씨는 이 기자와 전에도 몇 번 통화한 사이”라고 전했다. A씨는 이승현 기자에게 부탁조로 이야기하며 보도국에 국정원의 입장이 전달 될 것이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이후 리포트가 불방 됐고, 사측이 밝힌 불방 해명이 국정원 직원에게 들은 이야기와 일치해 이 기자가 당황했다는 설명이다.

해당리포트를 작성한 이 아무개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과) 전화통화 이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회사 내부 보고라인에 보고했고,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며 노조의 성명 내용에 나와 있는 정황은 모두 사실이라고 전했다. 

해당 리포트는 전화통화 이후인 10시 뉴스를 마지막으로 YTN 방송에서 빠졌다. 오전 5시~11시뉴스까지 리포트 5차례, 단신 기사가 4차례 방송됐던 <단독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 건 포착> 기사는 12시 뉴스와 오후 1시 뉴스에서 사라졌고 오후 2시 뉴스에서 단신이 한차례 더 방송된 뒤 더 이상 방송이 나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YTN노조는 “국정원이 언론사의 보도국 회의 내용까지 파악하고, ‘입장’을 전달하고, 이후 실제로 방송이 중단돼 버린 상황은 국정원이 언론사의 보도까지 통제하는 5공 시절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라며 “편집부국장 개인이 리포트 내용이 좀 어렵고 애매해서 방송을 중단시켰다는 보도국장의 해명에 중대하고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홍렬 보도국장의 적극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홍렬 보도국장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답변을 안 한다면 노조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여도 되겠나’라고 문자까지 남겼으나 답이 없었다. 이승현 기자와 통화한 국정원 직원 A씨에게도 24일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회신해오지 않았다. (관련기사 : YTN, 국정원 SNS 개입 단독보도 방송중단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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