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됐지만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대학생들의 '항의'열기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24일 오전 11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624 경희인 걷기대회’를 주최했다. 행사에는 경희대 학생 뿐 아니라 경희대학교 총민주동문회, 경희대학교 노동조합, 경희의료원 노동조합 등 7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경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발표하고 경희대 정문부터 회기역까지 약 15분가량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며 “만약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사실이라면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엄연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며 “경희인이 앞장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자”고 외쳤다.

오후에는 각 학교들의 연대 퍼포먼스가 있었다. 경희대, 동국대, 성공회대, 한양대 학생 90여명은 오후 2시께 명동 예술 극장 앞에서 ‘국정조사 요구’ ‘민주주의 훼손 반대’ 등의 취지로 플래시몹을 진행했다.

이들은 보니엠의 ‘써니’라는 곡에 맞춰 약 10분간 춤을 추며 플래시몹을 진행하고 순식간에 흩어졌다. 이들의 손에는 ‘국정조사 실시하라’ ‘방학이라고 놀지만 말고’ ‘말만 민주주의 국가냐’ 등의 각자의 요구가 적힌 종이가 들려있었다.

   
▲ 대학생들이 24일 명동에서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플래시몹을 진행중이다.
이하늬 기자 hanee@
 
플래시몹에 참가한 한양대 4학년 학생은 “오늘 낮 12시에 와서 연습했다”며 “친구가 재미있는 활동이 있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도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데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기본권리의 침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름을 묻는 질문에는 “요즘 정세가 흉흉해서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학생회 차원에서 참가한 학교도 있었다. 곽호준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은 “방학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활동이 필요하다”며 “방학 시기에 목소리를 더 모아야한다”라고 참가동기를 밝혔다. 성공회대 학생회는 플래시몹에 참가한 후 바로 농활로 떠날 예정이다.

다른 지역 대학에서도 대학생들의 활동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대, 한국해양대, 창원대, 경상대 총학생회와 동아대 사회대 학생회는 24일 오전 부산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국정원 선거개입 규탄 부산경남지역 대학생 선언‘ 이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국정원을 규탄한다”며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도 24일 오후 ‘국정원 선거 개입과 경찰의 축소 수사 논란에 관하여’ 라는 공식성명서를 발표해 국정조사와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현대사에서 국가기관들이 여론 조작을 시도했던 ‘슬픈’사건들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과거 사건들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 비판했다. 이에 한 경북대 학생은 총학생회 공식 페이지에서 “서울대 부산대 보다는 늦었지만 성명서를 발표한 걸 응원합니다!”라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총학생회는 24일 6시께 국정원 선거개입 관련 입장이 정리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1일 대학 학부생을 상대로 시국선언 동참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은석 카이스트 총학생회장은 “어느 정도 중간집계가 됐다”며 “오늘 의결기구를 통해서 거취가 결정될 예정”이라 밝혔다. 그 외 건국대학교, 전북대학교 등도 “입장을 논의중” 이라 밝혀 당분간 대학가의 국정원 규탄 움직임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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