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지난해 9월~12월 삭제된 트위터 계정 가운데 국정원의 것으로 보이는 의심계정 10개를 복원해 박원순 시장과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을 비판하는 트윗을 무더기로 찾아냈다고 20일 단독 보도했다. 많은 언론이 이를 인용 보도했다. 그런데 정작 YTN 간부들이 해당 리포트 방송을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YTN 사회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삭제된 국정원 SNS 의심 계정 10개를 중심으로 다시 복원을 시도했다. 복구된 트윗글과 인용글은 모두 2만여 건. 이 가운데 박원순 시장과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과 관련한 글이 2천여 건으로 나타났는데 대부분 비판 일색이었다.

YTN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는 글들은 하나같이 같은 시각에 다른 아이디 40여 개가 리트윗을 했고, 반값등록금 관련 글의 경우에는 몇 분 사이에 150여 개가 한꺼번에 리트윗 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사라진 국정원 의심계정 10개와 별도로 다른 계정들이 트위터에서 조직적으로 정치 활동을 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 YTN '국정원 SNS 박원순 비하글 등 2만 건 포착' 단독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해당 보도는 오전 10시 이후 YTN에서 사라졌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는 “검찰 측에서도 보도에 관심을 보이며 YTN에 자료협조까지 요청한 상태다. 그런데 이 특종 기사에 제동을 건 것은 YTN의 보도국 간부였다”라며 윗선에서 방송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YTN 공정방송추진위원회가 즉각 방송 중단 이유를 묻자 보도국은 “어제 저녁 보도국 회의 때부터 리포트 내용에 대해 애매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단독이라고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 오전 여러 차례 리포트가 방송되는 도중 임종렬 편집부국장이 자체 판단해서 ‘리포트 내용이 좀 어렵고 애매하니 그만 내도록 하라’고 피디들에게 지시했다. 보도국장은 편집 부국장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임장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은 “보도국이 국정원과 의심되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된다. 국정원이 예전부터 보도에 관여했다는 정황도 포착된 상태다”라며 “현재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임장혁 공추위원장은 “경영진은 시청률을 올리겠다면서 최근 주말·휴일 근무시간을 올렸다”며 “정작 시청률을 올리려면 콘텐츠가 중요한데, 특종까지 막아서며 근무강도만 높이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라고 비판했다.

YTN노조는 이번 사건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진지한 논의 끝에 보도국 회의에서 ‘단독’을 붙여 방송을 결정한 리포트다. 그런데 편집부국장이 그 리포트를 못 믿겠다며 독단적으로 방송 중단을 결정하고 지시하는 일이 YTN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노조는 “YTN은 지난 15일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 발표 생중계를 예고까지 한 상황에서 갑자기 취소시킨데 이어 논란의 핵심 내용에 대한 특종 리포트 보도를 스스로 중단했다”며 “일반인의 눈으로 평가하더라도 국정원과 뭔가 특수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임종렬 YTN 편집부국장은 노조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려 하자 “답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홍렬 YTN 보도국장은 “할 말이 없다”, “이따 통화하자”, “회의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도국 간부는 “지금까지 국정원 관련 보도가 누락된 적이 한 건도 없다. 노조가 주장하는 국정원 연계설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YTN의 한 기자는 “시청률이 떨어지고 해직사태도 장기화되며 안 좋은 분위기 속에서도 사회부가 ‘포스코 라면 상무’ 특종도 내는 등 그동안 애를 썼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민감한 건이 있으면 기사가 내려간다”며 보도국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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