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 주진우 기자, 배우 문성근, 공연연출가 탁현민 씨 등이 20일 오후 1시 청와대 인근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청와대에 꽃과 성명서를 전달하려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꽃과 성명서를 청와대 길목에 두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변명할 여지가 없는 국기문란이자 헌법파괴”로 경찰에 대해선 “수사기관이기를 포기하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버렸다. 범죄증거를 확보하고도 거짓 발표로 민심을 호도했다. 대선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국정원과 경찰의 행태를 옹호하며 오히려 상대후보에게 책임을 물었던 게 박근혜 대통령이었는데, 이제 진실이 드러났으면 분명한 해명과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왜 아무 말이 없는가”라고 반문했다. 

   
청와대 인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진선북카페 앞에서 문성근 씨, 안도현 시인, 탁현민 연출가(오른쪽부터) 등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통령의 사과, 관계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청와대 인근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진선북카페 앞에서 주진우 기자, 문성근 씨, 안도현 시인, 탁현민 연출가(오른쪽부터) 등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통령의 사과, 관계자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청와대 역시 왜 수사외압에 대해 책임 있게 해명하지 않는가. 국정원 개혁에 대해선 왜 아무 방안도 내놓지 않는가”라며 “새누리당의 태도는 공당이기를 포기하지 않고서야 취할 수 없는 행태다. 국기문란 사범을 옹호하는 언사가 줄을 잇고 있고, 범죄행위를 축소하려는 비호발언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지금 상황을 위기로 규정한다”며 “국가 정보기관은 정치공작 본산으로 전락하고, 검찰 경찰 같은 수사기관은 독립성을 포기해 정치공작을 단죄하지 못했으며, 청와대나 집권당은 정치공작을 덮으려는 데 급급하고 있다”며 “이래갖고서야 법치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강도 높게 ‘책임자 처벌’, ‘정보기관 개혁’, ‘수사기관 독립’ 방안을 내놓길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연출가 탁현민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정원 게이트를 적극적으로 파악해 달라 부탁한다” 며 “그래서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꽃을 가져왔다. 성명서와 꽃을 함께 전달할 것”이라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강도 높은 책임자 처벌, 정보기관·수사기관의 독립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네 사람은 청와대 민원실까지 걸어가 꽃다발과 성명서 등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이 취재진을 원천 봉쇄하자 그 자리에 꽃과 성명서가 든 봉투를 내려 놓아야만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기자회견을 마친 네 사람은 청와대 민원실까지 걸어가 꽃다발과 성명서 등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이 취재진을 원천 봉쇄하자 그 자리에 꽃과 성명서가 든 봉투를 내려 놓아야만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현재 안중근 의사 유묵과 관련해 선거법 상 박근혜 후보 비방 혐의로 불구속 기소 상태인 안도현 시인은 “누가 나한테 원세훈 국정원장과 같은 급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국정원장급으로 격하되어버렸다고 대꾸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 기자는 “나는 급이 더 높다. 살인 사건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원세훈은 불구속됐다”며 “누가 더 큰 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발언했다.

발언 후 이들은 청와대 민원실로 향했으나 경찰은 모든 취재진의 동행을 막아섰고, 기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취재진과 경찰의 대치 상황이 계속 되자 탁현민, 문성근 씨 등이 경찰에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나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청와대에 전달하려 했던 성명서와 꽃다발을 그 자리에 놓고 발길을 돌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네 사람은 청와대 민원실까지 걸어가 꽃다발과 성명서 등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이 취재진을 원천 봉쇄하자 그 자리에 꽃과 성명서가 든 봉투를 내려 놓아야만 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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