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조직적 불법 선거개입과 경찰의 수사은폐 및 허위발표 사건의 일단이 드러나자 학생들이 들고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9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0일엔 서울중앙지검 앞 기자회견을 실시하며, 오는 7월 중엔 학생들의 서명을 받아 시국선언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연세대와 고려대 총학생회도 이 같은 분위기에 합류할 것을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검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막대한 재원과 조직력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력으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있었다”며 “우리는 국민의 눈길이 닿지 않는 정부기관이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고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모습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5주년을 맞은 지난달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단체들이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총학생회는 경찰에 대해서도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두고 갑자기 무혐의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도록 지시하는 등 특정 후보에게 명백하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 했다”며 “경찰은 국가정보원과 한패가 되어 정권 재창출의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이들을 두고 “정부의 핵심적인 권력기관들이 국민들의 주권이 행사되는 선거에 개입하여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며 “권력기관들이 정권의 개가 되어 오히려 국민들의 여론을 통제하는 데 앞장서는 오늘날의 현실이…군사정권 하에서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가 수행하던 역할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총학생회는 정부에 대해 “공권력을 이용하여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국가정보원 인사들과 축소수사와 허위보도로 국민을 속인 경찰 관계자들을 처벌하라”며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국민들을 속이지 않겠다는 약속과 구체적인 방안을 정부 스스로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런 일을 책임지고 수행하지 않는다면 이 땅의 국민들과 함께 더 이상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모습을 방관하지 않고 직접 일어날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우습게 여기는 권력은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이밖에 연세대와 고려대도 입장을 내거나 시국선언에 동참할지 여부를 논의중이다. 고은천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19일 “입장을 내기로 결정했는데, 시국선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일 것”이라고 밝혔다.

고 회장은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어제 통화했는데, 비슷한 내용으로 여러 번 하면 파급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대와 같이 할지 말지 오늘 중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병관 고려대 총학생회 기획국장은 "입장을 발표하긴 할 것이며 연대와 함께 어떤 형식으로, 언제 발표할지 의논하고 있다"며 "곧 나올 예정인데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