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권영세 주중대사(전 박근혜 선거캠프 종합상황실장)를 경찰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 축소수사의 배후로 지목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폭로 역시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 결과를 부정하며 국정원을 적극 비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문 가운데에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이 사안에 집중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아들 등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던 영훈 국제중학교의 교감 김 모(54)씨가 지난 16일 학교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훈중은 이틀간 휴교에 들어갔다. 언론은 이번 비극적 사건의 배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형법, 성폭력특례법,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성범죄 관련 6개 법률의 150여개 신설·개정 조문이 19일부터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성범죄자는 이제 피해자의 고소나 피해자와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다음은 전국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국정원 수사 결과 부정, 새누리의 ‘왜곡 역공’>
국민일보 <20대 그룹 상생 헛구호…불공정 과징금 3조 육박>
동아일보 <사외이사 ‘보험용 모셔오기’ 심해졌다>
서울신문 <박대통령 “교육현장 역사왜곡 바로잡아야”>
세계일보 <불통 버린 박대통령 국민대통합위 인사>
조선일보 <기초설계 부실한 기초연금>
중앙일보 <60년 만의 대전환 성범죄 확인되면 고소 없어도 처벌>
한겨레 <박근혜 후보에 불리한 통계, 대선직전 발표 빠졌다>
한국일보 <기업 구조조정 신속‧엄격해진다>

국정원 선거개입 검찰 수사 결과 부정하는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적극 방어하고 나선 것을 두고 언론의 반응이 엇갈린다. 새누리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7일 의원총회에서 “검찰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엄격한 증거에 의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밑의 직원들이 일하다가 약간 오버해서 어떻게 보면 정치적 간여를 한 것처럼 비치는 몇 개 글을 갖고 이것을 선거 개입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비약”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종북세력에 맞서는 사이버 공간 활동이 필요하다고 국정원장이 판단한 게 잘못이냐”면서 “(국정원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서울대 운동권 부총학생회장 출신으로 김영삼 정부 타도를 주장한 이력이 있다. 하필이면 운동권 출신 검사에게 (수사를) 맡겼느냐”며 ‘색깔론’도 제기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경찰의 수사 은폐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오히려 검찰과 야당을 비판하면서 문제 당사자들을 옹호하고 있다”며 “정치적 이해에 따라 민주주의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헌정질서 파괴행위를 묵인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가 완료된 즉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여야 합의를 파기한 데 이어 검찰 수사결과까지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 경향신문 2면 기사.
 

   
▲ 한겨레신문 3면 기사.
 
이 신문은 “새누리당의 국정원 비호는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 고위 관계자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등 화살이 점차 몸통을 향하고 있는 것도 적극 대응으로 돌아선 배경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겨레신문 또한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관여와 선거개입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런 막무가내식 ‘부인 정치’를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경환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주도하고 있어, 박 대통령과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17일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 70명 중 5명이 댓글을 달았다는데 이것이 조직적 개입이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선거법을 적용하는 게 논리적 비약 아닌가”라며 검찰 수사 결과를 정면 반박했다. 친박계인 유기준·정우택 최고위원도 “댓글 5천여건 중에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73건(3%)밖에 안 된다. 따라서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 것은 과도한 법 적용이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한겨레신문은 “국정원이 문제의 댓글 등 증거를 인멸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댓글이 73개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는데도,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한 글 전체가 73개밖에 안 되는 양 사실을 왜곡해 말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는 국정원이 ‘원세훈의 국정원’과 ‘남재준의 국정원’으로 갈려서 지금 내전 중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제보자가 두 전직 직원 정도라면 사태의 크기는 가늠할 수 있지만 민주당의 주장대로 ‘세력’이라면 그 파장이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껏 긴장하는 모양새다”라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지금까지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현 정부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힘들 것으로 보았지만, 민주당이 배후로 권영세 전 실장을 지목하면서 이를 고리로 현 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박영선 의원이 전날 배후로 현 정권의 정치적 기반인 ‘TK 라인’을 지목한 것도 이런 수순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번 사안을 ‘법사위, 국정원 정치개입 난타전’이나 ‘국정원 댓글 경찰 수사 조작사건 여야 공방’, ‘여야 법사위서 국정원 수사결과 정면 충돌’ 등으로 다루는데 그쳤다. 

수사 받던 영훈국제중 교감의 자살…유서엔 무엇이 담겼나

김 교감은 유서에서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오직 학교를 위해 한 일인데 생각을 잘못했다. 학교를 잘 키워달라”고 썼다. 검찰은 김 교감 등이 지난해 영훈 국제중 입시에서 성적조작을 주도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었으며 지난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조사했다. 검찰은 중앙일보를 통해 “조사과정에 변호인이 동석했고 (김 교감에 대한) 강압 수사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12면 기사.
 
유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조선일보는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적은 김 교감의 유서내용을 두고 “입시 부정의 책임을 자신이 모두 진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학교 전체 비리 구조에서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는 의미인지, 김 교감의 유서 해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유서 내용을 두고 “교육계에선 재단 핵심 인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한 발 더 나아가 “김씨의 자살을 두고 김하주 영훈학원 이사장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계속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김 이사장은 서울시교육청 감사가 시작될 무렵 검찰에 구속된 행정실장 임모씨에게 ‘입을 열면 다 죽는다’며 사직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과거의 행적에 주목했다.

국민일보는 “수사의 핵심대상자였던 김 교감이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조사만으로도 고인이 입학 성적 조작과 관련됐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검찰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서울신문은 영훈중의 한 교사 발언을 인용해 “이번 일을 교감이 자기 판단으로 지시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면서 “교감이 책임질 일은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검찰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이사장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학교예산을 유용하고 명예퇴직 수당을 부당 수령한 혐의로 고발됐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이번 영훈중 입시 비리가 재단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영훈국제중 비리와 관련, 서울시교육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되자 비로소 감사에 착수한 사실을 지적하며 교육당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이어 “그동안 국제중 폐지를 주장해왔던 전교조는 이번 기회에 전국의 국제중을 모두 일반 중학교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범죄, 피해자 고소 없어도 처벌 가능…내일부터 무엇이 달라지나

   
중앙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은 성범죄 관련 법률 개정 이후 변화를 상세히 전했다. 우선 1953년 9월 형법 제정 60년 만에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이 전면 폐지된다. 중앙일보는 “이슬람권을 빼고 성범죄에 친고죄 조항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강간, 강제추행 등 형법상 모든 성범죄와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통신 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특별법의 모든 성범죄에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수사는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는 것) 규정이 사라진다.

아동·청소년 대상 음란물의 제작·수입·수출죄에는 무기징역형이 추가된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에도 마찬가지로 무기징역형이 추가된다. 롤리타물을 단순 소지한 사람은 기존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만 받았지만, 앞으론 1년 이하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법무부는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정의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중화장실, 대중목욕탕, 백화점·체육관 탈의실 등에 침입해 몰래 엿보거나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는 행위도 성폭력 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 장애를 인정해 형량을 줄여주는 규정이 없어졌다. 법률상 강간죄의 피해 대상도 부녀(婦女)에서 사람으로 고쳐 남성에 대한 성폭력에도 강간죄 적용이 가능해졌다.

위험이 높은 성폭력범에 대해 출소 뒤 일정기간 보호관찰관의 감독을받도록 하는 ‘형 집행 종료 후 보호관찰제도’도 도입됐다. 경남 통영 초등생 납치 살해범처럼 만기출소한 뒤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던 상태에서 재범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범죄자 신상공개제도도 강화된다. 공개용 사진은 접수기관이 600만 화소 이상의 해상도로 직접 촬영하도록 했다. 화질이 좋지 않아 얼굴 식별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던 탓이다. 읍·면·동까지만 공개되던 성범죄자 주소도 도로명·건물번호까지 공개한다.

한겨레는 “여성단체들은 지난 4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친고죄 때문에 수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19일 이후부터는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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