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이 방송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4사 모두 시청이 어려운 새벽시간대에 옴부즈맨 성격의 프로그램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설령 새벽에 챙겨보더라도 프로그램 내용 역시 시청자 평가라는 애초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MBN <열린TV 열린 세상>은 일요일 새벽 5시~6시, 채널A <시청자 마당>은 금요일 새벽 5시 20분~6시 20분, TV조선 <열린비평, TV를 말하다>는 금요일 새벽 6시~7시, JTBC <시청자의회>는 토요일 새벽 6시 25분~7시 25분에 편성됐다. KBS·SBS·MBC의 시청자비평 프로그램이 낮 12시~2시 사이 시간대에 배치되어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현재 편성의 문제를 쉽게 알 수 있다.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실이 종편 4사의 시청자평가프로그램 시청률을 닐슨코리아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최근 한 달 간 JTBC의 시청률은 0.08%, TV조선은 0.1%, MBN은 0.18%, 채널A는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성이 새벽시간대에 배치되며 시청자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 결과다.

   
▲ 종편채널, 지상파, 보도전문채널 시청자평가프로그램 편성현황. ⓒ최민희 의원실
 

   
▲ 종편채널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의 한 달 간 시청률. ⓒ최민희 의원실.
 
종편의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은 2011년 12월 개국 초기만 해도 4사 모두 비교적 접근이 쉬운 금요일 낮과 오후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2년 들어 편성시간대가 새벽으로 옮겨졌다. 이는 시청자에게 프로그램 비평의 기회를 보장하며 콘텐츠의 질을 높인다는 시청자프로그램 도입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최민희 의원은 “종편들의 행태는 법 위반만 피하고 보자는 꼼수”라고 비판하며 “많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도록 편성시간을 주시청시간대에 편성하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방송법 제89조 1항에 따르면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당해 방송사업자의 방송운영과 방송프로그램에 관한 시청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주당 60분 이상의 시청자 평가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문제는 새벽시간대로 옮겨진 시청자평가프로그램을 챙겨보더라도, 콘텐츠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방송내용이 시청자의 프로그램 비평을 담는다는 본연의 성격과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컨대 JTBC <시청자의회> 78회에선 <썰전>의 인기요인을 분석하고 <히든싱어>의 성과와 과제를 논의하는 가운데 프로그램 비평보다는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루며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 JTBC '시청자 의회' 방송화면 갈무리.
 
TV조선 <열린 비평, TV를 말하다> 80회의 경우 시청자의견보다 방송 자료 화면을 내보내는 시간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날 등장한 시청자 의견 가운데에는 “수박껍질에도 건강에 좋은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유익했다”와 같은 코멘트도 있었다. TV조선 역시 방송내용이 프로그램 평가라기보다는 소감을 나열하는 것에 가까웠다.

채널A <시청자 마당> 10회에선 ‘명장면 TV속으로’ 코너가 등장해 ‘다시보기’ 형식으로 분량의 대부분을 채웠다. ‘문화 톡 TV가 보인다’ 코너에선 TV속 먹는 모습(먹방)의 열풍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서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및 비평은 전체 방송분량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 종편 관계자들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이 새벽에 편성된 것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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