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방송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채널A와 TV조선이 프로그램 내용과 재허가와 관련된 일련의 비판적 여론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언론인협회 주최·방송문화진흥회 후원으로 열린 ‘종편 개국 이후의 공과와 향후 발전 방향’이란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영돈 채널A 제작담당 상무는 “같은 사안을 놓고 볼 때 종편을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색안경’을 끼고 종편을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 억울한 부분이 많다는 뉘앙스였다.

이영돈 상무는 이날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적 평가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사보도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채널A의) 시사토크도 제작자 입장에선 엄숙성을 깨고 이야기를 캐주얼하게 만들며 지상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굉장히 창의적인 포맷이다”라며 “낮 12시에서 오후 6시 지상파가 버리는 시간을 종편이 (시사뉴스로) 새롭게 개척해 성공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 지난 14일 열린 토론회 모습.
 
이영돈 채널A 상무는 “제한된 자본과 인원으로 모든 시간에서 (지상파와) 경쟁력을 갖고 대응할 수는 없다. 밤 11시 시간대와 낮 12시~6시는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 뒤 “우리가 평균시청률 1%를 만들어낸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편성의) 70%를 외주제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드라마다. 종편의 성공은 드라마에 달렸다. 딜레마에 빠져있다. (드라마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3년, 길게는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가 되면 광고매출도 나올 것이다. 애정을 갖고 봐주면 반드시 성공한다. 콘텐츠 다양성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 6개월간의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이날 발제와 토론에 나선 여섯 명의 교수들 가운데 종편채널이 애초 출범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개국 초기 방송 사고는 양해가 된다. 문제는 방송사고 보다도 야심차게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이 빠르게 편성에서 제외된 것”이라 밝혔다. 하 교수에 따르면 2011년 12월 개국 이후 2012년 4월 3일까지 종영된 프로그램이 기존 편성의 48.3%였다. 대부분이 10주를 채우지 못하고 종영한 것이다.

편성도 종편이란 말을 무색하게 했다. 하 교수는 “종편의 장르별 편성비 분석결과 TV조선의 경우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비중이 51.7%였다”고 밝혔으며, “종편의 경우 어린이 프로그램이 새벽 3~4시에 배치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종합편성채널 4사.
 
가장 큰 문제는 시사프로그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다. 하 교수는 “종편이 저널리즘의 기본원칙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가 많다. 처음의 종편 도입 목표였던방송 경쟁력과 다양성에도 거리가 멀다. 이대로라면 보도를 많이 하는 PP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관규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종편의 초기 정착을 위한 정책으로 △의무재송신 채널 규정 △낮은 채널 연번제 시행 △미디어렙을 통한 광고영업 2년 유예 △중간광고 허용과 같은 특혜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관규 교수는 “종편은 대선과정에서 보수인사들이 진보진영을 공격하는 창구로 활용되었다는 비판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종편은 출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55건의 제재를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인사를 출연시켜 사회적 공분마저 일으켰다”며 “종편 재승인시 평가의 객관성을 제고하기 위한 계량적 평가지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평가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계량적 평가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곧바로 반박이 이어졌다. 고종원 TV조선 전략기획실장은 종편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방송 공정성 평가를 하자는 주장에 대해 “공정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판단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쪽에서 공정성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어려운 문제다”라고 답했다. 재허가 심사 시 계량화 지표를 늘렸으면 좋겠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산규모가 10억인 회사의 부채비율과 1조인 회사의 부채비율을 같이 볼 수 있나”라며 “계량화에도 난점이 있다. 정성평가도 척도를 잘 개발하면 정확하게 많은 부분을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돈 채널A 상무.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
 
이 같은 고종원 실장의 발언은 종편 4사의 공통된 입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고종원 실장은 언론에 잘알려진 ‘종편 특혜’를 두고서도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고종원 전략기획실장은 우선 의무재송신 특혜를 두고 “의무재송신은 KBS 1TV와 EBS가 해당된다. 종편은 SO에서 화질을 떨어뜨려 송신하는 경우가 있다. 의무 편성이란 용어가 맞다”고 반박했다. 황금채널번호 특혜에 대해선 “앞 번호 대는 SO와 수많은 협상의 산물이다. 제작비와 예상시청률을 제시했고, SO가 오히려 우리들에게 번호를 통보해줬다”고 주장했다.

미디어렙 유예에 따른 직접광고영업 특혜에 대해서도 고종원 실장은 “시청률과 상응하는 광고매출이 일어나고 있다. 이게 과연 특혜냐는 부분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종편에 보수적 인사만 출연해 편파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진보적 인사를 초청하기 위해 수없이 접촉했지만, 대부분이 출연을 거부했다. 출연거부한 쪽은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후원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최창영 사무처장은 “종편을 가끔 보면 일반 공중파 방송이 스테레오타입(고정관념)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과감한 포맷의 개발, 심층대담의 과감한 시도 같은 것들이 일반 지식층이나 정치적으로 욕구가 있는 분들에게 역할을 잘 했다고 본다. 공중파에게 건전한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 최창영 사무처장은 이어 “일부 종편은 선정적이라는 심한 비판도 받고 있다. 방송영상에 대한 기본적 원칙을 전혀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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