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키우는 애완동물 진돗개 두 마리를 반려동물로 정식 등록한 사실이 알려졌다. 동아일보·세계일보 등은 14일 “박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민들로부터 선물 받은 새롬이와 희망이를 4월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동물병원에서 반려동물로 등록했다”고 짧게 보도했다.

이 사실에 ‘살’을 붙여 두각을 나타낸 곳이 있으니,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최재혁 기자의 청와대 인사이드’ 코너에서 <새롬이, 희망이가 꼬리 흔들면 實勢?> 기사를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애완동물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조선일보는 “진돗개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키우는 ‘퍼스트 독(first dog)’이다. 두 마리의 집은 관저 입구 마당에 있다. 두 마리가 너무 닮아서 박 대통령도 목줄 색깔로 구분한다고 한다. 오렌지색이 암컷인 새롬이고 파란색은 수컷 희망이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본관으로 출근하거나 퇴근할 때면 새롬이와 희망이가 경쟁적으로 재롱을 떤다. 그게 대견했던 박 대통령은 지난 4월 트위터에 ‘출퇴근할 때마다 새롬이와 희망이가 나와서 반겨준다’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이 신문은 “(청와대) 관저에 출입하려면 새롬이와 희망이 집 앞을 지나야 한다.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대통령이나 관저 직원 이외에 낯선 이가 오면 대개 왕왕 짖지만 예외도 있다”며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그중 한 명이다. 그가 나타나면 진돗개들이 꼬리를 흔든다. 이정현 홍보수석도 새롬이·희망이와 안면을 튼 사람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마치 박 대통령 앞에서 진돗개가 재롱떠는 모습을 보고 있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다. 기사를 읽으면 개가 누구에게 꼬리를 흔드는 지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신문은 “요즘 청와대에선 ‘새롬이와 희망이가 실세(實勢) 인증견’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퍼스트 독이 꼬리를 흔드는 사람이 곧 ‘실세’라는 뜻이다”라고 전했다.

‘퍼스트 독’에 대한 조선일보의 애정은 각별했다. 이 신문은 “두 마리는 2012년 12월생이다.…새롬이와 희망이는 서울 종로구가 지정한 동물병원에서 마이크로칩(무선식별장치)을 피부 속에 삽입하는 시술도 받았다. 잃어버렸을 때 주인을 쉽게 식별하기 위함인데 이들의 동물등록증에 ‘소유자’는 ‘박근혜’로 돼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조선닷컴에 올라오자 독자 박기홍씨는 “소위 청와대 출입기자라는 인간이 그리도 쓸 기사가 없냐? 차라리 청와대 아침점심저녁 메뉴 기사를 쓰고 비용 얼마가 지출되는가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지…”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 누리꾼은 “조선일보 스스로 자신들이 박 대통령의 ‘퍼스트 독’ 이라는 것을 인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기사는 조선일보가 소위 '1등 신문' 특유의 내밀한 권력정보를 알고 있음 과시하겠다는 정보권력의 과시의도가 엿보인다. 또한 풍자적 코드가 숨어 있지만, 권력자와 그 애완견 이미지를 연결시켜 권력자의 상징조작에 기여하는 권력 친화적 보도태도로 읽힐 대목도 있다. 또한 이 기사가 비판받을 수 있는 지점은 기사가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의미를 뽑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진돗개 반려동물 등록이 계기였다면 반려동물 등록이 왜 필요한지, 원래의 중심주제를 확대해서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해당기사는 기사의 중심과 주변을 착각해 재밌는 이야깃거리만을 좇아 상업적 의도에 몰입한 결과 기사의 목적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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