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한 달 넘게 일찍 발생한 녹조 현상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검증과 대안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4대강 조사위원회는 구성 단계부터 삐걱대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4대강 조사위) 구성을 위해 민주당과 환경단체 등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와 환경단체들은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 제대로 협의조차 되지 않았고, 의견 수렴보다는 위원 추천만 요청하는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민주당 4대강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 의원실 관계자는 12일 “총리실로부터 지난 3일 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의견을 달라는 내용은 아니었다”며 “4대강 조사위의 성격과 범위를 확정 지어야 그다음 위원 추천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위원 추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찬성했던 사람들은 위원회에서 빠져야 하고 감사원 감사로 이미 다 나온 수질과 수자원 문제보다는 사업 추진 과정의 진상 조사가 중점이 돼야 한다”며 “조사위 지위도 총리실이 아닌 대통령 직속위원회에 두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녹색연합이 경남 창원의 본포 취수장에서부터 대구시 달성군의 낙동대교에 걸쳐 낙동강의 수질을 모니터링 한 결과 남조류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사진제공=녹색연합)
 
황인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현장팀장은 “우리가 두 달 전부터 4대강 검증위를 제안하고 공문을 보내도 답이 없다가 지난달 총리실과 한 차례 논의하고 아직 진척이 없다”며 “정부 안은 중립 성향의 전문가를 60%를 넣겠다는 것인데 중립의 기준에 대해 정부도 명확히 답을 갖고 있지 못했다”고 밝혔다.

황 팀장은 “객관적이고 엄정하게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위원회 구성이 보장되지 못하면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면서 “조사 범위에도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과 편법 등 정책이 결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4대강 조사위 지위에 대해서 “4대강 사업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권한을 가져야 하는데 총리실 산하에선 단지 정책 평가만 할 수 있다”며 “자료 훼손을 막고 자료 요청권과 현장 조사권, 청문권 등이 모두 보장돼야 하므로 대통령 직속 법적기구로 위상과 역할을 먼저 정하고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에선 위원회가 구성되면 모두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배가 목적지와 이유를 알고 떠나야지 그것도 모르고 타고 나서 정한다는 것은 우리보고 들러리 서라고 하는 면피밖에 안 된다”며 “녹조 발생과 생물사고, 농경지 피해 상황에 대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민사회의 객관적 검증을 위한 방향과 원칙, 기준 요구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창현 국무조정실 농림국토해양정책관 팀장은 “오히려 대통령 직속기구로 갈 경우 정치 개입이 될 수 있다”며 “대통령이든 총리실이든 소속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청와대에서 최고 행정정책기관인 총리실에 맡긴 것은 중립적으로 판단해서 의견을 모으라는 취지로 충분히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팀장은 위원회 구성과 조사 범위에 대해서도 “위원회를 찬성과 반대 반반으로 구성하면 의견만 충돌할 수 있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인사를 다수 포함하고 반대 인사는 4명으로 확정했다”며 “현재는 4대강 조사위원회 구성이 중요하지, 조사 범위를 미리 설정하면 오히려 정부가 개입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민주당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식과 4대강 사업 피해증언대회가 열렸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앞서 지난달 24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정한 4대강 사업 검토를 위해 4대강 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는 이른 시일 내에 위원 구성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4대강 조사위를 중립적 인사 12명을 중심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및 반대 인사를 각각 4명씩 모두 20명으로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위원 임기는 1년 이내를 목표로 하고 위원회 산하에는 8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 작업단’을 두게 된다. 정부 안에 따르면 조사위는 △보 안전성 등 수자원 △수질 환경 △농경지 침수 △문화·관광 효과 등을 평가하게 된다.

한편 민주당 4대강 진상조사위와 환경단체 등은 오는 18일 4대강 건설 현장의 담합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건설사의 불법과 비리 행위에 대해 검찰과 감사원에 더욱 철저한 수사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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