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6년 만에 서울에서 12일부터 개최될 예정이던 남북당국회담이 양측 수석대표 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11일 전격 무산됐다. 남북 간 회담이 개최 하루 전 무산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언론의 반응이 엇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 추징금 문제는 과거 10년 이상 쌓여온 일인데 역대 정부가 해결 못하고 이제야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추징금 환수에 의지를 드러낸 것이어서 그 의미와 배경이 주목된다.

다음은 전국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남북 ‘수석대표 격’ 이견…당국회담 무산>
국민일보
동아일보 <南 원칙 고수하자 北 회담 깨버렸다>
서울신문 <하루 전에…6년만의 남북회담 무산>
세계일보 <수석대표 ‘格’트집…판 깨버린 北>
조선일보 <‘格’ 핑계로…北 회담 하루 전 일방 취소>
중앙일보 <전 대통령 추징금 겨눈 ‘다용도 칼’>
한겨레 <수석대표 ‘급’ 따지다…오늘 남북당국회담 무산>
한국일보 <北 트집에…남북 회담 무산>

수석대표 ‘급’이 뭐길래…남북, 회담 형식 놓고 기 싸움

   
▲ 한겨레 3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저녁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측이 우리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으면서 대표단 파견을 보류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앞서 오후 1시쯤 남북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각 5명의 대표단 명단을 교환했다. 남측은 수석대표로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북측은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통보했다.

김 대변인은 “(대표단) 명단 교환 직후 북한 측이 우리 측의 수석대표에 문제제기를 하며 ‘장관급이 나오지 않으면 당국 회담이 열릴 수 없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우리 측이 ‘수석대표를 차관급으로 교체한 것은 남북당국회담을 우롱하고, 실무접촉 합의에 대한 왜곡으로서 회담 무산 책임이 전적으로 우리 당국에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향신문은 “당국회담을 장관급 회담으로 하자고 먼저 제의한 남측이 차관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회담은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3대 현안’에 돌파구가 마련됨으로써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되리란 기대도 받았다. 그러나 양측은 회담의 실질적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남한 정부가 이제까지 남북 장관급 회담에 수석대표로 한번도 나오지 않았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지목해 나오라고 한 것은 외교 관례로 보면 부적절하다고 볼 수도 있다. 더욱이 북한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도 청와대가 재차 문제 삼은 것은 지나친 압박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북한의 경우도 문제다. 한국이 통전부장을 수석대표로 요구했음에도, 김 부장 바로 아래 부부장도 아닌, 당 외곽단체 조평통의 일개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운 것은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는 “우리 측은 북측 요구에 따라 장관급 회담이 아니라 당국 회담으로 변경키로 한 만큼 차관이 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한 뒤 “북한은 첫 회담부터 박근혜 정부에게 밀리진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회담 결렬을 불사했다”는 안보부서 관계자의 해석을 전했다. 이 신문은 국책연구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북한이 회담의 본질이 아닌 격 문제로 깬 것만 봐도 대화의 진정성이 별로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청와대는 북한이 과연 대화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쇼인지 예의주시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박근혜 정부) 회담 전략에는 급한 건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따라서 북한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우리 정부가 먼저 북한에 추가 제안을 할 가능성을 낮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박근혜, 전두환 미납 추징금 환수 의지 속뜻은

전직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인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11일 “국민들은 어렵지만 작은 세금이라도 내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고질적 문제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국민에게 피해를 준 경우가 있다”며 “일각에서는 고의적·상습적으로 세금을 포탈하는 등 사회를 어지럽혀 왔는데 이런 행위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난센스적인 일이다. 과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도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발언을 두고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전직 대통령들을 감싸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화살이 언제 여권으로 날아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도 이 부분을 의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도 힘을 모아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참여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이번 발언은 박 대통령의 도덕적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돈 문제에 있어선 주변에 빚을 진 게 없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이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 한겨레 4면.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전직 대통령의 은닉재산을 찾고 있는 검찰에 좀더 분명한 성과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의 추징시효가 오는 10월 끝나는데, 검찰이 추가 추징을 통해 시효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 정부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또 “정치권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갖고 있는 불쾌한 감정 등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펴낸 자서전에서 “1979년 청와대를 나온 이후 정권 차원에서 아버지에 대한 매도가 계속됐다”며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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