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간 경남지역 거점공공병원 역할을 해온 도립 진주의료원이 끝내 해산되고 말았다. 지난달 29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중앙당 지도부의 유보 권고조차 무시하고 11일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 통과했다.

경남도의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심의해 원안 가결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본회의 개원과 동시에 본회의장 정문을 막고 있던 야권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본회의장에 진입해 의장석을 점거했다.

김오영 도의회 의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도움을 받아 의사진행을 저지하기 위한 야권 의원들을 밀어 내고 단상 위에 올라 조례 개정안을 상정했다. 김 의장은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단상을 두드리며 5분 만에 가결을 선포했다. 표결에는 전체 도의원 58명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 38명이 참가해 찬성표를 던졌다.

경남도는 지난달 23일 임시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개정안을 상정하고 심의는 6월에 하기로 연기했다. 진주의료원 측은 지난달 29일 진주보건소에 폐업을 신고했고, 홍 지사는 이날 도정회의실에서 도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폐업을 공언했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1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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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안이 통과됨에 따라 폐업 상태인 진주의료원 해산의 법률적 절차도 마무리됐다. 이 조례는 경남의 2개 도립 의료원 가운데 마산의료원만 남기고 진주의료원은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의회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도지사에게 조례를 이송하고, 도지사는 해당 조례가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는지 안전행정부에 보고한다. 안행부는 이를 보건복지부로 넘기는데 복지부는 개정된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을 살피게 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즉각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민의를 짓밟고 날치기로 강행 통과시킨 진주의료원 해산은 불법이며 무효”라며 “공공의료 파괴 범죄를 저지른 홍준표 도지사의 정치적 사망을 선고하며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홍 지사와 공범이고 거수기임이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강행 처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의회 폭거이며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짓밟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며 “진주의료원 국회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진주의료원을 해산한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국정감사를 피해가기 위한 비열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반면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통과에 대해 "행정적·법률적 절차가 마무리 됐다"며 "진주의료원에 대한 더 이상의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정장수 경남도 공보특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진주의료원은 곪을 대로 곪아서 이미 백약이 무효한 치유불능의 상태로, 해산은 복지 누수 차단과 재정건전화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더 이상 도민의 혈세를 쏟아 붓는 것은 경남도가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국민 건강권을 위한 공공병원 투자를 복지 누수라 생각하는 것은 상식 이하”라며 “진주의료원에 일 년에 12억 원밖에 지원하지 않는 경남도가 여기를 팔아 재정건전화 꾀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자 폐업을 정당화하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이 모든 것이 경남도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얘기하는데 결론적으로 당연히 도가 가장 먼저 챙겨야할 공공병원을 폐업하고 핑계를 대는 비겁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와 진주의료원범대위는 진주의료원 폐업·해산을 철회시키고 진주의료원을 다시 살리기 위한 주민투표운동 돌입과 공공의료 파괴 행위에 대한 복지부 장관의 재의 요구, 박근혜 정부의 직접 해결을 촉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한편 복지부는 지방자치법 제172조에 따라 경남도에 재의를 요구할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백경순 공공의료과 사무관은 11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도지사가 지방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우리는 지자체장에게 재의토록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관계법령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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