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9일 민주화를 외치다 경찰 진압으로 숨진 고 이한열 열사(연세대 경영학과 86학번)를 추모하기 위해 설치된 분향소를 누군가 담배꽁초로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4일 연세대 동아리연합회(동연)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학생회관 1층 로비에 설치된 이한열 열사 분향소에 누군가 담배꽁초 2개비를 버리고 사라졌다. 동연은 이날 오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오늘 고 이한열 열사의 분향소를 정비하다가 정말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다”며 “대한민국에 재떨이와 향로를 구분 못 하는 몰상식한 자가 있는지는 몰랐다”고 사진을 공개했다.

해당 사진에는 담배를 피우고 남은 꽁초 2개비가 분향 향로 안에 널브러져 있으며 향로 입구도 담뱃재도 지저분한 모습이다.

   
▲ 4일 연세대 동아리연합회(동연)에 따르면 학생회관 1층 로비에 설치된 이한열 열사 분향소에 누군가 담배꽁초 2개비를 버리고 사라졌다.(사진출처=연대 동연 공식 페이스북)
 
홍성현 동연 집행위원장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오늘 오후 5시 전에 분향소에 향이 떨어진 것을 정리하다가 담배꽁초를 발견했다”며 “마치 누군가 담배를 피우고 재떨이에 담뱃재를 떨어 놓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동연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학생 소행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누가 이 일을 저질렀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홍 위원장은 “교내 CCTV가 있긴 하지만 색출해서 찾아낼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한열 열사 제26주기 추모제 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김지은(11학번) 상경대 부회장은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데 누군가 분향소를 악의적으로 훼손한 것인지는 조사해 봐야 한다”며 “CCTV가 분향소 방향으로 바로 찍히는 것이 없어 목격자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운영위원회 대책 회의를 통해 사실관계 확인하고 훼손이 사실이고 당사자를 찾지 못하면 대자보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며 “지금 기획단이 분향소를 한 시간에 한 번씩 돌며 지저분한 부분을 치우고 초를 갈아 끼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30분에 한 번씩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은 단장은 앞으로 진행될 이한열 열사 추모제에 대해서도 “이한열 열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리는 추모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며 “추모제 기간 홍보 부스 운영을 통해서도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학우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한열 열사 제26주기 추모제 기획단은 올해 ‘한열, 민주주의 앞에서 너에게 묻는다’는 기조로 오는 7일 오후 12시 연세대 민주광장에서 추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분향소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각 단과대별로 설치돼 재학생들의 동참 분위기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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