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소재한 한 기업 홍보담당자는 ‘그 지역에서 가장 무서운 매체는 어딘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연합뉴스 지역 취재본부와 지역 방송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의 기사는 주요 언론사에 전달되고, 지역 방송사는 지역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무서워하는 지역방송사가 언제부턴가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홍보 매체가 됐다. 김기현 KBS안동 기자(대구대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는 30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에서 열린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지역방송 TV뉴스의 보도자료 의존율이 70% 이상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김기현 기자는 지난 3월 4일부터 2주 동안 KBS안동과 안동MBC의 메인뉴스 142건, 128건을 분석한 결과, 보도자료 의존 기사가 102건과 97건이라고 분석했다. 의존율은 KBS안동이 71%, 안동MBC는 76%다.

김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보도자료를 활용한 방식 중 단순 인용이 90%에 가깝다. KBS안동의 보도자료 의존 기사 102건 중 92건이 단순 인용 기사다. 비율로 보면 90%다. 안동MBC도 97건 중 84건의 기사가 단순 인용 기사로 86%다. 기자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추가 취재해 보도한 기사는 각각 10건과 13건에 그쳤다.

두 방송사는 보도자료 의존 기사 중 단 한 건만 ‘부정적’으로 활용했다. 김기현 기자는 단순 인용이나 기자 보충 취재 기사에 상관없이 보도자료를 제공한 취재원의 의견과 시각이 ‘순방향’적으로 반영된 기사를 ‘긍정적’으로 분류했는데 취재원의 의견에 부정적인 기사는 방송사별로 단 한 건에 그쳤다.

이런 까닭에 ‘환경감시’ 아이템은 적었다. 김기현 기자는 △정보전달성 △환경감시 △흥미/미담/관심사 △특이성 등 네 가지로 분류했는데 KBS안동과 안동MBC는 정보전달성 기사 비중은 각각 77.4%, 78.9%인 반면 환경감시는 15.4%, 8.5%에 그쳤다.

특히 환경감시 아이템 중 지자체를 주제로 하는 뉴스는 KBS안동 7건, 안동MBC 3건에 그쳤다. KBS안동은 지자체 관련 뉴스 64건 중 7건만이 환경감시 뉴스였고 안동MBC는 52건 중 3건뿐이었다. 김기현 기자는 “지자체의 잘못된 정책이나 부조리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보도자료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두 방송사의 뉴스 아이템이 중복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복된 아이템의 비율은 각각 24%(KBS안동), 30%(안동MBC)였다. 이중에는 기사 구성과 길이도 거의 같고, 리드문장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일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김기현 기자는 지역방송사가 지자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로 전락한 배경으로 열악한 인력구조와 취재 환경을 들었다. 그는 “KBS안동의 경우 취재기자 3명과 촬영기자 2명이 7개 시·군을 담당하며 개인당 하루 평균 4~5건의 기사를 작성한다”고 전했다. 안동MBC는 9개 시·군을 담당하는데 취재기자 10명, 촬영기자 4명뿐이다.

지역방송사의 재정을 뒷받침하는 것이 지자체인 것도 보도자료 의존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라고 김기현 기자는 설명했다. 그는 “농촌도시의 특성상 가장 안정적이고 든든한 광고주는 지자체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각 시·군별로 개최되는 수많은 축제와 행사들은 지역 방송사들의 중요한 수입원”이라고 전했다.

지역적 한계도 있다. 김기현 기자는 “광역단체에 비해 ‘뉴스거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광역시에 있는 방송사와 똑같은 분량의 뉴스를 방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봤다. 김 기자는 항만이나 국가산업단지가 없는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방송사들은 농번기가 끝나면 아이템 보릿고개를 겪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기현 기자는 지역 방송기자들의 취재관행과 안일함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그는 “뉴스 아이템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 지자체에 의존하는 취재관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역방송사가 지자체 관영 언론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의지는 물론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 김기현 기자는 “이 같은 구조적, 개인적 요인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지역 방송뉴스는 그야말로 ‘지자체의, 지자체에 의한, 지자체를 위한’ 뉴스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