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경상남도(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 입원 환자들에게 퇴원을 강요하면서 집에까지 찾아가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여야가 진주의료원 국정조사에 합의한 지난달 31일 경상남도 파견 공무원으로 보이는 남자 2명이 환자가족의 집까지 찾아가 사진을 찍고, 환자가족의 사생활을 캐묻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당 피해자는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3명 중 1명인 송아무개(83) 할머니 가족으로, 31일 오후 송 할머니의 딸이 살고 있는 집에 남자 2명이 찾아와 문을 두드렸고, 기척이 없자 집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주인집 할머니에게 피해 가족의 인적사항과 재산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가족과 이웃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은 “우편물이 자꾸 반송돼 가져왔다”며 우체국 직원인 것처럼 말했으며 피해 가족의 집에 누가 몇 명이 사는지, 전세와 월세는 얼마인지, 귀가 시간 등 구체적인 사생활 정보까지 캐물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왔다 갔다고 말하지 말고, 이런 것도 물어보고 갔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상남도가 지난달 29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자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철회 요구가 이어졌다.
ⓒCBS노컷뉴스
 
하지만 피해 가족은 우편물을 받지 않은 것이 없었고, 반송한 우편물도 없었다. 이날엔 이미 우체국에서 왔다 갔으며 경남도에서 보낸 우편물은 “퇴원하지 않으면 6월 3일부터 하루 50만 원씩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정황을 볼 때 경남도에서 파견한 공무원들이 우체국 직원인 것처럼 가장한 채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있는 송 할머니 가족인 딸의 가정집을 방문해 퇴원을 종용·협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의 가족은 경남도에서 가정집으로 찾아오는 것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들이 찾아와 사적인 사항들을 꼬치꼬치 캐묻고, 가정사까지 타인에게 알려주고 간 것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어 “퇴원하지 않으면 하루에 50만 원씩의 손해배상을 물리겠다고 환자 가족을 협박하는 경남도의 행태에 대해 전국민은 분노하고 있다”며 “만약 경남도가 퇴원하지 않고 있는 환자들에게 하루 50만 원씩의 손해배상청구를 할 경우 입원 환자들의 병원비·간병비 해결을 위한 ‘진주의료원 환자 지키기 범국민 모금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경남도는 지난 27일 남아있는 세 환자한테 내용증명을 보내 현재까지 체납된 입원비를 내라고 요구하고 “하루 입원비가 50만 원 안팎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진주의료원 환자 1인당 하루 입원비는 10만 원 미만이다. 그러면서 경남도는 “진료비와 영양사·조리사 인건비, 수도·전기·가스·통신 요금 등 일체의 경비에 대해서는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31일 여야는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와 관련해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공공의료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와 개선방안 등을 강구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야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함께 제출하고 국정조사 계획서는 13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