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이 18대 대선방송 보도에서 ‘막장보도’라고 할 만큼 공정성과 균형성, 객관성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오후 연세 공공거버넌스와 법센터(센터장 김종철)는 ‘선거공정성의 위기와 법적대응-2012년 제18대 대선을 배경으로’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고 선거공정성 확보를 위해 언론환경 개혁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 발제를 맡은 김준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위원장은 “특히 종편 채널을 통해 보수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고, 진보진영 후보를 아무런 근거 없이 비방하는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는 막말·막장보도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며 “이 같은 언론 환경의 퇴행은 18대 대선 기간 이전부터 차근차근 누적된 퇴적물로 이명박 정권 5년간 언론민주화와 언론공정성이 후퇴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지지 기반인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해 종편사업자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그 결과 이른바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의 몰락과 막장방송을 일삼는 종편채널의 발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18대 대선에서 종편의 보도 행태가 선거 공정성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종편 4개사는 대선을 앞두고 대선과 관련한 방송편성 시간을 크게 늘리면서 선거 과정에서 상당한 시청률을 확보했다”며 “조중동이라는 보수언론의 프레임을 그대로 이어받은 보도 내용은 보수진영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진보진영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일색의 복덕방 뒷담화 수준인 저급한 시사토론 프로그램 일색이었다”고 비판했다.

   
▲ 30일 오후 연세 공공거버넌스와 법센터(센터장 김종철)는 ‘선거공정성의 위기와 법적대응-2012년 제18대 대선을 배경으로’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종편은 18대 대선과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로부터 총 27건의 제재를 받았다. 종편 재허가 시 감정요인인 법정제재(주의, 경고)는 13건이었으며 채널A가 9건으로 가장 많았다. MBN은 2건, TV조선과 JTBC는 각각 1건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 중에서는 MBC만 유일하게 3건의 법정제재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는 종편 4사가 대선 기간 보도(시사)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많게는 66%까지 늘려 유권자에게 꾸준히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현저하게 왜곡·편파 방송을 자행한 것”이라며 “종편의 보도내용은 보수 언론의 방송사업 진출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언론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 종편에 대한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규제와 엄격한 재승인 심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행법 하에서 종편은 지상파보다 완화된 규제를 받고 있으며 의무재전송은 공영방송인 KBS1TV와 EBS에만 해당하는 특혜지만 종편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지상파와 동일한 수준의 규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행법은 종편의 오락 프로그램 비율 상한선만 규정하고 있어 편향된 정파성에 근거해 무차별로 방송 보도를 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이번 재승인 심사과정과 함께 종편의 편향된 방송프로그램 편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세부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종편의 심의 권한이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다”며 “종편이 재허가 심의를 통해 퇴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오락과 보도 프로그램의 불균형 등 처음부터 종편 관련해 불합리한 부분이 많았지만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며 “종편 관련해 지금부터라도 첫 단추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덕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대선 결과가 편향된 언론에 의해 민의가 왜곡된 것인지, 아니면 유권자의 결정 자체는 바뀔 수 없었고 야당의 부실한 역량에 따른 것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야말로 집단 간 힘겨루기 게임인데 그런 표출이 왜곡이다 그러면서 선거결과를 민주적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조금은 조심해서 접근할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당 부분 게임의 규칙 속에서 자본의 힘에 따른 왜곡도 집단적 책임의 결과로 볼 수 있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왜곡되고 건강하지 못한 모습일지라도 자유롭게 굴러가도록 놔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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