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 인권 상황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는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2010년 이후 3년 만에 한국의 언론 노동자들이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 ‘2013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해 언론 노동자들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항의해 파업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대한민국’ 파트에서는 언론 노동자의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로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면서 MBC가 1월 파업에 들어갔다”며 “KBS와 뉴스 전문 채널 YTN, 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잇따라 파업에 들어갔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이어 “KBS와 연합뉴스가 6월 파업을 종료했으나 MBC는 역사상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면서 7월까지 파업을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세계에 동시 공개된 ‘2013 국제엠네스티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국제앰네스티
 
앞서 국제앰네스티는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도 2009년 3월 편집 독립권 보장을 요구한 YTN 소속 언론 노동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한 사례와 2009년 6월 검찰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한 사건을 소개하고 언론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변정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 팀장은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는 것은 사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문제”라며 “지난 2010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의 언론 자유를 다룬 이후 3년 만에 언론사 파업을 다뤘는데 언론의 자유에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침해가 나타나 이번 보고서에 다시 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 팀장은 이어 “지난해 언론사 파업은 비단 한두 달 발생한 문제 때문에 파업한 것이 아니고 2008년 이후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축적된 언론 자유 제약이 파업으로 발현했다”며 “언론인권 상황은 지난 5년간 더욱 악화됐으며 언론 자유나 언론 독립권이 침해·제약됐기 때문에 언론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은 계속해서 표현과 언론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했다”며 “권력 이양기 동안 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를 막기 위해 언론을 철저히 통제했고 독립적인 시민사회 단체 및 정당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모호한 조항을 가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 상태에 있었던 사람은 구속기소를 포함해 41명이었다”며 “국가보안법 조항이 북한에 대한 온라인 토론을 통제하는 데 계속해서 이용됐다”고 강조했다.

집회시위의 자유 침해 분야에서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주민과 활동가가 민·형사상 고소·고발 및 기소를 당했다”고 서술했다. 아울러 5월 유엔 특별보고관들(UN Special Rapporteurs)은 공동서한을 통해 평화로이 집회·시위를 한 이들을 괴롭히고 위협하고 부당 대우 한 것을 언급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장기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쌍용자동차 사태도 노동권 침해 사례로 들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 2600명은 정리해고로 직장을 잃었고 지난해 11월 노조 조합원 세 명은 평택 공장 인근 송전탑에 올라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171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오다 지난 9일 건강이 악화돼 지상으로 내려왔다.

전경옥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은 “인권은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며, 국가는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법 제도를 만들어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생명과 재산, 신념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러나 많은 경우 사회적 약자에게는 자신의 권리 요구를 위해 주장하거나 협의할 기회가 없어 민주적 가치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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