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재승인 평가에 영향을 주는 방송평가를 앞두고 채널A가 종편에 유리한 시청자평가 자료를 인용보도한 기사를 내보냈다. 시청자평가에서 KBS 1TV에 이어 2위에 올랐다는 내용이다. 이 평가는 언론운동단체들이 ‘종편 출범에 일조했다’고 비판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실시한 것으로 종편 재승인 과정에도 일부 반영된다.

채널A는 22일 저녁 메인뉴스에서 ‘오늘의 주요뉴스’로 “지난해 시청자 프로그램 만족도와 품질 평가에서 채널 A가 종편 중 1위를 차지했다”면서 “지상파 4사를 포함한 조사에서는 KBS1에 이어 2위였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시청자 만족도’ 종합편성TV 1위 채널A>라는 제목의 별도 리포트(1분58초 분량)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23일자 2면에 <채널A 시청자평가지수 KBS1 이어 2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2012년 시청자 평가지수(KI·KCC Index) 조사’에서 채널A가 7.31(10점 만점)을 기록해 종편TV 4사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채널A는 22일 저녁 메인뉴스 '종합뉴스'에서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다. 채널A 누리집에서 갈무리.
 
특히 KISDI가 시청자평가를 진행하면서 지상파와 종편에 동일 기준을 적용한 것은 KISDI가 종편의 재승인에 도움을 주는 자료를 만든 것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종편 출범에 일조했다는 KISDI가 종편 재허가에 유리한 조사결과를 내놓은 것이라는 이야기다. KISDI는 “종편이 출범하면 방송시장 규모가 1조6천억 원 늘고 생산유발효과가 2조9천억 원, 취업 유발효과가 2만1천 명에 이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출범에 일조한 바 있다.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에 따르면, 시청자평가 KI는 매년 실시되는 방송평가에 포함되고 3~5년마다 진행되는 재승인 심사 과정에 반영된다. 시청자평가 KI는 방송평가에서 5% 비중이고, 방송평가는 재승인 심사에 40%에 반영된다. 1점이 아쉬운 종편 입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방통위는 내년 2012~2013년시청자평가를 포함해 종편 재승인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KISDI는 지난해부터 종편 프로그램을 평가 대상에 포함했는데 지상파에 비해 프로그램이 4분의 1 정도인 종편의 평가기준이 같다. 이런 까닭에 현행 KISDI의 시청자평가는 프로그램 수가 적고 시청률은 낮은 종편이 평가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KISDI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 기준을 적용했다. 종편의 일부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전체 지표에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이다.

   
▲ KISDI 보고서에서 갈무리1.
 
동일기준에 대한 부적절성은 KISDI도 인정하고 있다. KISDI는 해당 보고서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평가 프로그램 수를 비교하면서 종편 프로그램 수가 지상파의 23.5%라고 분석했다. KISDI는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1인 평가자가 하루 1개의 프로그램을 평가했다면 지상파의 경우는 4.3개를 평가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KISDI는 이어 “지상파 채널의 KI값이 다양한 속성을 지닌 일반 시청자들의 평균값을 나타내고 있다면 종편 채널의 KI는 해당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평균값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면서 “종합편성 채널의 편성 특성, 프로그램 성격과 시청 습관 등을 고려할 때 지상파 평가와 다른 평가 체계의 설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국장은 “KISDI는 왜곡된 보고서로 종편 도입 명분을 만들어 주는 등 논란이 된 적이 있는 기관”이라면서 “이 조사결과가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방통위 편성평가정책과 관계자는 “지상파와 종편을 동일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KISDI 보고서에서 갈무리2.
 
동아일보와 채널A가 최근 광주민중항쟁 왜곡보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기사를 보도한 것에 대해 ‘비판 여론 무마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채널A’를 검색하면 비판적 의견을 담은 기사와 함께 이 기사들이 검색값으로 나온다.

KISDI 관계자는 “지난해 말 조사를 완료했고, 지난 2월 온라인에 공개한 자료”라고 말했다. 방통위의 한 홍보협력담당관은 “우리가 지금(22일) 공식적으로 릴리스한 내용은 아니다”라며 “본인(채널A)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와서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자료 링크: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책연구 12-51’ <2012년 KI 시청자평가 조사 보고서>]

언론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최근 5·18 왜곡보도 때문에 채널A가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채널A가 작은 실수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만족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려는 의도”라면서 “비판 여론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채널A 이광표 홍보기획팀장은 ‘해당 자료를 현 시점에 보도하는 것은 비판 여론 무마용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KBS 1TV가 7.53을 기록해 전체 방송 중 KI가 가장 높았다. 이어 KBS 2TV(7.29), SBS(7.22), MBC(7.08)였다. 종편 중에는 채널A가 7.31로 가장 높았고 JTBC(7.06)가 뒤를 이었다. MBN과 TV조선이 6.85로 같았다.

KISDI는 “종합편성채널의 평가 결과를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2012년 전체 KI, SI, QI는 여성이 남성보다 높고,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지역별로는 충청권 지수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ISDI는 (주)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2, 5, 8, 11월 전국 13세 이상 TV 시청자(주간 2400명 연간 5만76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은 KBS1, KBS2, MBC, SBS, OBS 및 지역방송과 종합편성채널 4사의 모든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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