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TV조선과 채널A 등 일부 종편채널들이 잇따라 극우논객들을 시사프로그램에 출연시켜, 5·18 민주화 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방송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종편에서 극우논객들이 주장한 5·18 북한 게릴라 개입설의 내용은 일반 시청자들은 그 내용의 신뢰여부를 잘 따지기 힘들지만, 언론사에서 기사를 써야하는 기자나 방송을 제작해야하는 PD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위해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금방 신뢰할 수 없는 조악한 주장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먼저 TV조선에서 방송된 임 아무개 씨의 ‘북한침투설’의 경우, 임 씨가 밝힌 북한게릴라의 규모, 침투경로 등이 과거 본인이 다른 우익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과 달랐다. 그는 지난 2006년 11월 한국논단과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5·18 침투인원은 450명이고 모두 서해안으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TV조선 인터뷰에서는 ‘북한 특수부대 600명이 침투했으며, 3차에 걸쳐 해상과 땅굴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본인도 ‘오락가락’하는 주장을 역사적 진실을 다투는 대단한 ‘논쟁거리’를 발견한 양 방송했다.

채널A에서 북한침투설을 주장한 이 아무개씨의 경우도 믿을 수 없는 주장임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가 북한 게릴라에 의해 계엄군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이 80년 5월 27일 오전 9시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군의 기록과 맞지 않다. 당시 군의 기록에 따르면, 전남도청과 YMCA건물에 남아있던 시민들을 상대로 마지막 진압작전을 마친 시각은 각각 5월 27일 오전 5시20분과 6시20분이었다. 그 이후 시간에는 발생한 전투 기록은 전혀 없다. 근거가 빈약한 ‘주장’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인 구성 요건에서 아귀가 맞지 않는 엉터리 주장인데도 아무런 검증없이 일방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방송을 내보낸 것이다.

   
지난 15일 방송된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 화면 캡처.
 
5.18 민주화항쟁의 북한연계설은 보수우익논객인 조갑제 씨에 의해 부인된 것은 물론, 이미 지난 2007년 국방부 군과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비판받았다. 당시 이 보고서에서는 “신군부 세력은 광주 민주화운동을 북한과 연관된 것처럼 여론조작을 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결론을 낸 바 있다. 더욱이 ‘북한연계설’을 퍼뜨리려던 당시의 신군부도 ‘북한게릴라 침투’ 운운하며, 남북의 군인들 사이에 교전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전혀 없다.

이들 종편들은 시청률 상업주의에 빠져 자극적인 소재라면 최소한의 사실여부에 대해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광고’방송 해버린 것이다. 보도‘방송’으로서 최소한의 균형성과 공정성을 외면했다.

이 같은 ‘광고’방송에 힘입어 우익사이트인 ‘일베’에는 방송을 전후로 4000건에 달하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퍼뜨리는 게시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북한 개입설을 공공연하게 주장했던 한 우익저술가는 종편방송 이후 자신의 책이 제법 많이 팔려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들 두 종편은 보수우익집단의 광고방송채널로 전락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종편은 국가기관의 승인을 받는,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없는 ‘보도방송’이란 특혜를 받은 방송사다. 특히나 종편은 방송법 등에 의거해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사업자가 반드시 채널을 편성해서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하는 의무편성 채널이다. 일반 케이블채널(PP,프로그램 프로바이더)에 비해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MB시절 선정된 이들은 방통대군으로 불리던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위세로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플랫폼사업자들로부터 채널번호까지 시청근접성이 좋은 번호들을 받아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2년 방송산업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종편채널을 제공하는 유료방송서비스의 가입자수가 2400만에 달한다. 우리나라 총가구수를 상회하는 수치로 1가구당 1대 이상의 TV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2400만대의 TV가 있는 그곳이 광주든, 부산이든, 목포든, 마산이든, 대전이든 서울이든 시청자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종편채널의 이런 우익광고방송들이 그냥 쏟아져 나온다는 얘기다.

최소한의 공정성조차 갖추지 못한 이런 채널에 대해 시청자들이 안볼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광주, 전남지역의 시청자들이 이같은  역사왜곡 우익광고방송에 대해 시청을 거부하면, 이들 지역에서 TV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해당 채널들을 자신들의 TV서비스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종편채널에게 주어진 채널의무편성의 특혜를 없애야 한다. 방송법 시행령 등 미디어 관련법을 개정하면 가능하다. 민주당의 배재정 의원이 지난 4월 종편에게 주어진 특혜를 없애는 관련 방송법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민주당이 33년 전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숨져간 수많은 5.18영령들을 생각한다면, 이들 종편채널들에게 주어진 특혜를 걷어내는 데 당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누리당이 반대할 것이라고 핑계를 대거나 종편의 출연을 즐기는 일부 중진들의 눈치를 보며 어물쩍 넘어간다면, ‘소명의식’도 '역사의식'도 ‘배알’도 없는 민주당에게 국민들은 또 한번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안볼 권리’를 위해 민주당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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