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는 지난 15일 북한군 출신이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투입됐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후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부 종편에서 (광주민주항쟁을)‘북한군의 소행’이라고 비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박 전 대표 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강운태 광주시장은 종편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죄를 묻겠다”고 했고 최민희, 노웅래, 홍영표, 홍종학 의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채널A의 해당 프로그램인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대해 “방송법과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제제를 요구했다.

그런데 21일 밤, 박지원 전 대표가 채널A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했다. 편파·왜곡보도로 내부에서도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방송사에 직접 나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출연 자체를)비판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호랑이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단 얘기가 있다”며 “할 말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
 
하지만 결국 이날 박 전 대표는 별다른 말도 못하고 때 아닌 미국 불륜관계에 대해 해명해야 했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일부 트위터 이용자가 제기했던 의혹으로 별다른 조명도 받지 못하고 사그러진 이슈였다. 박지원 전 대표는 왜 이 얘길 해야 했을까?

1차적인 원인은 채널A의 이상한 태도에 있다. 이날 박종진 앵커는 박지원 전 대표가 채널A의 5·18 왜곡에 대해 항의하자 “민주화 운동을 어떻게 왜곡할 수 있냐, 오해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우리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세력이 있으면 응징해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박 앵커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한 것이 아니”라며 “박 전 대표께서도 미국 현지처 같은 누명을 쓴 것이 있지 않냐”라고 말했다. 여기부터 갑자기 대화의 화제가 박 전 대표를 둘러싼 루머로 넘어갔다. 이것이 해당 루머에 대해 이미 몇 차례 해명해야 했던 박지원 전 대표가 다시 이에 대해 언급해야 했던 이유다.

그 밖에도 시청자들은 박종진 앵커가 박지원 전 대표의 수감시절 면회를 자주 갔느니, 영치금을 넣었으니 하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결국 박 전 대표는 호랑이굴로 들어갔지만 호랑이를 잡지 못했다. 채널A는 문제의 방송인 ‘김광현의 탕탕평평’에서 “만약 마음이 상한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시청자가 있다면 사과하겠다. 제작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엄밀히 검증해 다시 밝히겠다”며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했다.

박 전 대표는 잡지도 못할 호랑이를 잡으러 들어갔다가 채널A의 시청률만 높인 셈이 됐다. 박 전 대표는 트위터에서 “많은 시청 바란다”고 까지 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하게 거세게 반발했던 민주당이라면 최소한 채널A에게 정중하고 분명한 사과를 요구하고, 왜곡보도에 따른 제제를 받은 이후나 출연여부를 검토했어야 했다. 

당 공식 논평을 통해 해당 방송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5·18 민주화운동 왜곡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한 민주당에서 특정 의원이 개별행동 격으로 논란의 방송사에 출연한 것은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 도대체 박지원 전 대표는 왜 채널A에 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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