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4대강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정확한 환경영향평가 없이 졸속으로 진행된 4대강 사업으로 주민 피해는 계속되고 있으며 대형 건설사의 입찰 담합 등 비리 의혹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4대강사업 피해증언대회에서 참석한 피해 농민과 주민, 건설노동자들은 4대강 부실공사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며 정부의 신속한 피해 복구 대책을 촉구했다.

경북 고령군 객기리에서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곽상수씨(43)는 “지난 3일 고령군 농업기술센터 공식 집계 따르면 4대강 보 담수로 인한 농지 침수피해로 우곡면 수박 재배 시설 3700동 중 330동(8.9%) 정도가 잎마름병의 수박 장애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실제 농가들은 25% 이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상적인 수박은 농구공 정도의 크기인데 객기리 330동에서 수확되는 수박은 핸드볼 정도 크기밖에 안 된다”며 “4대강 보의 담수로 1.2m 땅 밑부터 물이 차오르고 지표 30cm까지 과도한 습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칠곡보 근처 무림리에 사는 농민 전수보씨(64)는 “칠곡보 높이가 25.5m인데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농지는 25m도 안 되는 곳이 많아 작년부터 농사가 안 되고 감자를 심어도 다 썩고 있다”며 “칠곡보 수위를 2m만 낮춰주면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보 근처 축사에는 전염병으로 폐사율도 높아도 정부는 농민들 얘기에 귀 막고 전혀 엉뚱한 지역에 리모델링 사업을 해줬다”고 토로했다.

   
2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 출범 및 4대강사업 피해증언대회'에서 민주당 이미경 진상조사위원장(가운데 오른쪽)을 비롯한 의원들과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농민들뿐만 아니라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과 임금 체불로 4대강 건설 노동자들도 위험과 생계 불안에 시달렸다. 송찬흡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대구경북지부장은 “22공구부터 42공구까지 수많은 부실 공사가 진행됐어도 단 한 건도 시정되거나 책임자를 추궁하지 않았다”며 “거의 모든 사업장 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에 생활이 힘들었고 과적·과속 공사로 트럭이 넘어져 동료들이 물에 빠져 숨졌어도 보상금 몇 푼으로 무마됐다”고 비판했다.

4대강 중에서도 ‘비단 강’으로 불렸던 금강에서는 물고기 떼죽음 등 동식물 피해가 극심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메기로 기록된 136.5cm 메기가 죽어 떠오르는 등 지금까지 약 30만 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4대강 조류 조사 결과 실제 조류 개체 수는 3분의 1이, 종수는 2분의 1로 줄었다”며 “멸종 위기종 동식물은 19종 늘었고 금강 공사과정에서 기름 유출 사고로 습지가 파괴되는 등 4대강 사업 피해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많은 전문가가 예측했듯이 하천의 유속이 느려지고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질 악화와 대규모 조류 발생 등 오염과 더불어 상수원의 안전도 위협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이 국가재정운영 측면에서만 잘못된 것이 아니라, 환경과 주민에게도 심각한 해악을 주는 사업이며 그 피해는 이제 본격적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도 이미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불법 비자금 조성 등 여러 논란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 문제를 총체적으로 파헤치기 위한 ‘4대강 불법비리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미경 위원장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불법 비리와 담함, 비자금 문제일 것”이라며 “민간조사단을 포함한 검증조사단은 단순히 안정성 문제뿐만 아니라 대운하 사업이 4대강 사업으로 바뀐 이유를 규명하고, 4대강 보 설계변경 등으로 드러난 피해가 무엇인지 불법 비자금과 함께 파헤쳐야 제대로 된 검증이며 이걸 토대로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새누리당 정권이 재창출되고도 4대강 사업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명료하게 드러나면서,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정책과 이해관계로 일방적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이 반복되지 않도록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지난 정권에서 힘이 부족해 막지 못했지만 2기 당 지도부에서는 환경·시민단체와 함께 4대강 진상조사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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