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엄상필 부장판사)는 14일 주진우 시사IN 기자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주 기자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간 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서초경찰서에 갇혀 있었다. 영장은 기각됐지만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언론의 자유를 또 한 번 위축시켰다는 점에서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 10일 주진우 기자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주 기자는 지난해 12월 시사IN 273호에서 <박근혜 5촌간 살인사건 3대 의혹> 기사를 썼고,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씨는 해당 기사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주 기자를 형사 고소해 검찰이 수사 중이었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했음에도 현직 기자가 기사에 의한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 받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때문에 영장기각과 상관없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자체가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여론은 계속될 전망이다.

주진우 기자는 “국과수 자료와 경찰 자료를 통해 상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을 두고 구속영장까지 치는 것은 언론을 협박하는 것이고 기자에게 입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살인사건의) 사건기록은 경찰과 검찰에 있다. 우리에겐 인멸한 증거 자체가 없다”고 반박한 뒤 “이 시점에서의 갑작스런, 무리한, 단독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윤창중 국면을 돌파하려는 정권의 의도라 판단한다. 이것은 기관이 정권의 보복기획을 대리하는, 차도살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쟁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3일 “박근혜 정부가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이 사건을 보도했다. 프랑스 유력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는 “한국에서 언론 자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이미 타격을 받았다. 박근혜가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숙이 시사IN 편집국장은 이번 사건을 두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자의 입장에서 접근해 의혹이 있으면 있는 대로 취재해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한 뒤 “비단 주진우 기자만의 문제만이 아닌 이 땅의 모든 기자들에게 해당되는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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