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최성남 부장)가 <시사IN> 주진우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등이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사IN> 주진우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검찰은 주진우 기자가 김은지 기자와 시사IN에 273호에 쓴 <친척 간 ‘살인’ 새 의혹, 주검에서 수면제 검출> 기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방송내용, 외부 출판기념회에서 발언한 내용이 ‘허위사실 공표’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주 기자에게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기자회견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검찰의 구속수사 요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변, 민언련, 언론연대, 언론노조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주 기자는 네 번에 걸쳐 성실히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이미 네 번이나 소환해 조사해놓고 ‘증거 인멸’을 구실로 삼는 것도, 검찰 조사를 위해 해외 취재 중에 일부러 귀국했는데 ‘도주 우려’를 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고 있는 기자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곧 올바른 보도를 하겠다는 다른 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14일 오전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기자의 보도를 허위사실 공표나 명예훼손으로 수사하는 검찰에게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검찰이 기자의 정당한 취재 행위를 막고 있다. MB 때는 곳곳에 자기 사람을 심는 식으로 언론탄압이 이루어졌다면, 박근혜 정부는 기자 개개인에게 압박을 가하는 식으로 언론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정수장학회 사건을 보도한 최성진 기자와 박근혜 대통령 관련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기자가 검찰 수사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중이던 10시 14분 경 주진우 기자가 서울중앙지검 앞에 등장했다. 그는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이 주진우 기자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가 기자회견장이 순간 휑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음은 법원에 들어가기 전 주진우 기자의 발언.

좋은 봄날인데 법원에 끌려오니 기분은 좋지 않다. 시대가 아직 이 정도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 저도 억울한 사람들을 보도하는 사람이었는데 유감스럽다. 제가 보도한 게 박지만 박근혜 친척 간의 살인사건인데 박근혜 박지만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2년 넘게 열심히 취재해서 충실하게 보도했다. 그 어떤 기사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사실 위협도 많이 받았다. 살해 위협도 많았다. 하지만 보도했고 기자로써 열심히 했다. 그게 죄가 된다면, 시대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제가 여러분들처럼 취재하고 보도해야하는 사람인데, 제가 제 개인을 위해서 돈을 벌겠다고 출세하겠다고 기자질 하지 않았다. 여러분처럼 보도해야 하는데 제가 취재를 당하고 있어서 얼마나 낭비고 안타까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폭기사 열심히 쓰고 종교기사 써서 협박 많이 받았는데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무서웠다. 살해당한 사람의 부인이 저에게 전화해서 더 이상 취재하시면 신변이 위험하니 참아 달라 했다. 어제는 제보자가 감옥에 들어가면 목숨은 안전할 테니 그걸 위안으로 삼으라고 얘기했다. 저를 지지하는 분들께는 너무 걱정하지마시고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놀고 계십시오 라는 말을 하고 싶다. 저를 반대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좋은 봄날인데 미워할 시간도 마약할 시간도 없어요. 그러니 노여움을 내려놓고 봄인데 즐기시라고, 괜히 윤창중 사건에 빠져 계시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MB 정부 유일한 구속 언론인’ 노종면 전 YTN 기자도 참석했다. 그는 “권력에 꼬리를 치려는 검찰의 시도가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MB 정부 때의 검찰을 생각하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이후 예상되는 언론에 대한 탄압도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진우 기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0시 반부터 시작됐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사람들은 “주 기자가 있어야 할 곳은 서울구치소가 아니라 취재현장”이라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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