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의혹 경질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이 대통령의 미국순방 중에 경찰의 수사를 피해 몰래 귀국한, 외교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사건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의 귀국과정에 청와대의 홍보수석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범죄자를 도피시켜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정 지지율이 급상승하던 박대통령과 집권당은 정치적 ‘멘붕’상태에 빠진 반면, 당내갈등으로 지리멸렬하던 민주당은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청와대 참모진의 총사퇴에다 청문회 개최까지 요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청와대의 인사들이 저지른 이 엄청난 사건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밝혀내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무겁게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본지 여기자 성폭력 2차 피해 사건, 공적 보도가치 충분 판단 독자에게 공개
 
그러나 한편으론 이 사건에 대해 거센 비판을 가하고 있는 민주당이 ‘성폭력문제와 그 처리과정’에 대해 시비를 따질 자격이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바로 민주당이 최근까지도 지난해 ‘성폭력사건’로 해고된 한 당직자의 국회 민주당 사무실의 출입과 관련 당무활동을 묵인 방조해왔으며, 심지어 최고 지도부가 관련 업무를 맡겼다는 사실을 최근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사실은 지난해 7월 발생한 미디어오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서 시작된 성폭력 2차가해에 관한 것이다. 본지와 관계된 사건이며 피해 여기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기에 기사를 통해 다시 이 사건을 재론하는 것이 대단히 조심스럽다. 그러나 당사자인 여기자의 동의가 있었으며, 국민을 대신해 우리 사회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민주정당인 민주당의 잘못된 일처리에 관한 사안이기에 보도할 ‘공적가치’가 충분하다 판단하여 독자들에게 보도의 양해를 구한다.       
 
그동안의 사정은 다음과 같다. 
 
지난해 7월 초순, 민주통합당의 한 당직자와 미디어오늘 기자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성추행 사건이었다. 가해자는 남성 당직자, 피해자는 여성 기자였다. 미디어오늘은 피해자가 사건 다음날 이를 회사에 알린 직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통합당 감사국에 가해자의 즉각적인 직위 해제, 출당 등 엄정한 처벌을 공식 요구했다.
 
미디어오늘은 이후에도 ‘민주통합당 관계자 성추행 사건에 대한 미디어오늘 편집국의 입장’과 가해자의 2차 피해에 대한 항의 공문을 발송했다. 피해 기자는 민주당 유승희 여성위원장을 면담하고, 민주당 인사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민주당 인사위는 7월 말 가해자에게 해고라는 최고 단계의 징계를 내렸지만 가해자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재심을 요청했다. 이에 민주당 윤리위원회가 소집되자 피해 기자는 윤리위 차원의 진상조사를 받으며 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처를 바랐다. 
 
   
민주당 로고
 
하지만 민주당 윤리위원회는 지난해 9월 ‘한 번의 성추행으로 해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사위에서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인사위원장이었던 윤호중 사무총장은 미디어오늘 관계자에게 “해고 결정을 번복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 발언 이후 지금까지 2차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그 사이 가해자는 1차 인사위의 해고 결정을 근거로 당을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성폭력 가해자, 국회 민주당 정책위 사무실에서 활동  
 
민주당이 가해자를 해고도 아니고 해고가 아닌 것도 아닌 입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가해자의 2차 가해가 시작됐다. 지난 1월경 가해자가 지속적으로 국회 내 민주당 정책위원실을 나오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미디어오늘은 민주당측에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위원회 소속 민주당측 보좌관들은 해당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변재일 당시 정책위의장 역시 해당사실을 모른다고 했다. 변 의장은 “해당 사건은 이미 가해자가 해고된 일”이라며 “다만, 본인이 제 발로 드나들었다면, 일일이 막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해명했다. 
 
그런데, 올 3월 정부조직개편안 협상 과정에서 해당 당직자가 민주당의 안을 만드는데 깊게 관여했다는 얘기가 타 정당 관계자와 다른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또 전해졌다. 언론관련 단체 창립 기념식에 민주당 당직자들과 함께 나타났다는 얘기도 들렸다. 민주당이 단순히 묵인한 정도가 아니라 민주당 당직이 새겨진 명함만 없을 뿐, 민주당에서 계속 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이 같은  2차 가해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기사화를 고민했지만, 피해 여기자가 해당 사건이 다시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 큰 부담감을 표시해 해당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민주당측에 다시 한번 철저한 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미디어오늘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희 의원 면담을 요청했고 김상희 의원은 즉각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빨리 끝났어야 하는 일”이라고 사과하며 “최대한 빨리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오늘은 변재일 정책위의장과의 통화에서 “빠른 처리”를 당부했다. 이에 변 의장은 “지난번 (통화)이후 (가해자가)들락날락 한다기에 정책위 회의에 절대 참석시키지 말라 지시했다”며 “내가 신경을 더 썼어야 했다”고 말했지만 “당직자 복무와 관한 사항은 사무총장의 권한”이라고 말했다. 이에 4월 3일 김영록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했고 김 사무총장은 “가해자 문제는 (해고무효소송)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며 “그 편이 미디어오늘로서도 불만은 없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해당 당직자는 “정책위 소관”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미디어오늘은 김영록 사무총장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했지만 김상희 여성가족위원장이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재차 민주당을 믿어보기로 했다. 민주당도 그 때서야 가해자로 인해 공석이 된 전문위원 자리에 대한 채용공고를 냈다.
 
가해자 “박기춘 원내대표 요청으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일 도와줬다”

그런데, 그 믿음을 무위로 돌리는 소식이 들렸다. 최근, 가해자가 또 다시 민주당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 5월 3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 자리에 나타났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한 보좌관 업무 설명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해당 상임위 보좌관들에게 확인한 결과 한 목소리로 “보지 못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다른 당 의원실의 관계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확인한 결과, 그는 그 자리에 있었다. 민주당 보좌진들이 집단적으로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타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 업무설명회 때 봤다. 정부기관과 여야의 해당 보좌진 상호간에 여는 자리였다”며 “그 자리는 업무 보고 전에 마련되는 사전 업무보고 자리”고 증언했다. 가해자 역시 “다른 보좌관을 만날 일이 있어 (그 자릴) 잠깐 들렀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가해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을 도와줄)서포터 없다고 박기춘 원내대표가 도와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하는 일을 도와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자원봉사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박기춘 원내 대표가 아닌 새누리당과의 실무협상자였던 원내행정실장이 관련 내용을 잘 몰라 부탁한 것”이라고 공식해명했다. 당무를 대체할 사람이 없어 성폭력 해고자에게 당무를 맡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측의 해명 역시 '변명'이 되지 않는다. 해당 당사자가 인사위원회에서 해고가 된 지가 올 3월 당시만 해도 8개월째 되던 시점이었다. 관련해서 미디어오늘은 최근 민주당이 ‘가해자’를 대체할 해당 분야의 신규 ‘전문위원’을 채용공고만 내고, 결국 ‘해당자 없음’을 이유로 선발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해자가 관련 업무의 현장에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이유를, 민주당에서 가해자에게 업무를 계속 맡겼던 이유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민주당은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언론사 기자를 성추행했을 때 ‘출당’을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심재철 최고위원의 누드 사진 검색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했던 민주당이다. 지금 윤창중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했던 민주당이 정작 자신들은 성추행 가해자에게 당의 중요한 정책 활동을 암암리에 맡기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무엇이라고 변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가해자의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피해 여기자는 충격에 시달려야 했다. 가해자의 뻔뻔스런 공개 활동과 민주당의 ‘제식구 감싸기’ 행태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달한 것이다.  

피해 여기자의 절망   
 
피해 여기자는 “언제까지 이 사안에 얽매여 있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한국사회의 개혁을 논한다는 민주당이 성추행 가해자를 방치하는 행위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다시 한 번 공론화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기사화만이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폭력 2차 가해의 문제점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가해자를 감싸고 문제가 생기면 집단적으로 확인된 사실조차 부인하거나 뭉개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민주당은 윤창중 사건에 대해 대통령과 윤 씨에게 들이대는 잣대와 요구만큼이나 자신들이 행하고 있는 잘못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도 성폭력 2차 가해자… “사건 은폐했다” 일방 매도 해놓고 끝내 사과 안해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에게도 분명히 밝혀 둘 사안이 있다. 당시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과 해당언론사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자 브리핑을 해 미디어오늘과 해당 피해여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이나 해당 여기자에게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한 명백한 2차 가해였다. 신 의원과 새누리당은 피해 여기자와 미디어오늘의 사과요구에도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은 생각치 않고 당리당략으로 사건을 다루는 새누리당도,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잘못한 행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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