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JTBC 보도부문 신임 사장은 10일 “JTBC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정론 역할을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며, 결국 그 길이 저 개인 뿐만 아니라 JTBC의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그가 설계하고픈 방송 뉴스는 어떤 모습일까.

손석희 사장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가장 최근 자료는 박성호 MBC 해직기자와 지난해 12월 10일 나눈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방송기자연합회의 기관지 <방송기자> 2012년 송년호에 실렸다.

<방송기자> 송년호에 따르면 손석희는 TV뉴스를 두고 “스토리만 있고 히스토리가 없고 텍스트는 있는데 콘텍스트는 없다는 게 가장 뼈아프다. 계속 쫓아가면서 현상에 대해 보도는 하지만 그에 대해 콘텍스트(맥락)를 시청자들이 모르고 히스토리를 알 수가 없다면 시청자가 그 뉴스에 대해 깊이 알기도 어렵고 평가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텔레비전 뉴스는 낮에 다 본 걸 화면과 기자 목소리로만 전달하는 것뿐이다. 젊은 세대들이 TV에서 멀어지는 이유는 자기가 선택한 뉴스도 아니고, 자기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콘텍스트나 히스토리에 대해서도 인터넷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서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TV뉴스에 대한 그의 진단은 정확해 보인다. 

   
▲ 방송기자 2012년 송년호.
 
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까. 손석희가 첫 번째로 지적한 것은 ‘출입처’ 관행이다. 그는 “방송뉴스의 내용 면에서 봐도 시청자들이 알고 싶은 걸 다룬다기보다 뉴스 공급자들로부터 쏟아지는 뉴스들을 실어 나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출입처 제도라는 취재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니까 편집회의에 아이템을 낼 때도 출입처 기준으로 반영된다. 백화점식 나열 뉴스를 깨려면 출입처를 허물어뜨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같이 출입처에서 나오는 자료 보고 그 바탕 위에서 보강 취재하는데 익숙해지면 자기가 주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런 데 익숙해진 기자의 경우 자율적 취재기능이 상당 부분 떨어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석희는 방송뉴스의 내용면에서도 백화점 나열식 보도를 지양하고 심층보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서른 몇 개의 아이템을 낼 게 아니라 아이템 수를 대폭 줄이더라도 우리가 어떤 부분이 논쟁적이고 댓글이 많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니 그 부분에 좀 더 많은 취재인력과 편집시간을 배당해주면 그게 나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사진은 구체적이다. 그는 “미국을 보면 보도하는 기자와, 취재하는 기자가 따로 있다. (보도기자를) 뒷받침 해주는 취재 기자가 굉장히 많이 있어야 한다”며 뉴스룸의 변화를 주문했다. 또한 “(기자가) 카메라를 보면 연설조, 낭독조가 될 수밖에 없다. 형식의 변화부터 가져와야 된다”며 끝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박성호 MBC해직기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요즘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들을 봐도 그렇고, 진행자들한테 직접 들은 바도 있는데 굉장히 튀어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며 의견을 물었다. 이에 손석희는 “1분이라도 좋은 질문에 쓰는 게 낫지, 내가 나서서 내 말을 전해준다는 것은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손석희 신임 사장은 오는 13일부터 JTBC에 출근한다. 손석희 사장은 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클로징 멘트에서 “저의 선택(종편행)에 반론이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고민해왔던 것을 풀어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면 감사하겠다. 최선을 다해서 제가 믿는 정론의 저널리즘을 실천해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인 손석희를 지지했던 시청자들은 그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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