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진실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귀국배경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윤 전 대변인 개인의 결정에 의한 것인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사건의 당사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과 사건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제3자인 이남기 홍보수석 사이에서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9일 미국 현지에서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 기간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행위를 해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해 박 대통령이 윤 대변인을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보도와 11일 윤창중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을 종합하면, 이남기 홍보수석과 윤 전 대변이 ‘마지막’으로 만난 시간은 8일(미국 현지시간) 오전 9시 경이다. 이남기 수석은 박 대통령이 미 의회 합동연설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던 당시 윤창중 대변인과 만났다. 만남 이후 윤창중 대변인은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 경 이남기 수석은 민정수석실의 윤 전 대변인 성추행 혐의 조사내용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경질이 이뤄졌다.

논란이 되는 것은 8일 오전 당시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했느냐다. 청와대 측은 10일(한국 시간) 언론 보도에서 윤 전 대변인이 이남기 홍보수석에게 “집사람이 아프다.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말하고 혼자서 비행기를 탔다고 설명했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
ⓒCBS노컷뉴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남기 수석은 “(당시 윤창중씨가) 내용상 당황스러워했고, 서울로 가느냐 안 가느냐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을 했던 것 같다. 근데 그때 저로서는 전혀 결정할 수 있는 인포메이션이 별로 많지 않았을 때니까, 전광삼 국장이랑 상의해서 해라, 전 빨리 (미 의회 합동연설) 상의 들어가야 된다고 하면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창중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서 “한국으로 서둘러 오게 된 이유는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이남기 홍보수석이 영빈관으로 오라 해서 갔더니 ‘재수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서는 변명을 해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서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 비행기를 예약했으니 한국으로 가라’며 나에게 귀국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난 잘못이 없는데 왜 귀국하냐,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더니 이 수석이 무조건 귀국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처가 몸이 아파서 귀국하겠다고 말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남기 홍보수석과 청와대 측 설명이 모두 거짓이란 것이다.

만약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알고 미국의 수사망을 피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윤 전 대변인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엔 이남기 홍보수석이 범죄자의 도주를 도와준 꼴이 된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으로 이남기 홍보수석 또한 경질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귀국을 종용했다면 이남기 수석 개인의 결정인 것인지,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는지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이남기 수석은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창중의 말(귀국 종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귀국을 종용한 적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현재는 입장을 정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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