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신보도지침’ 논란에 휩싸였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으로 경질당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관련 리포트를 제작하면서 태극기와 청와대 브리핑룸을 배경화면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방침’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10일 오후 KBS 보도국 편집실에 붙은 공지사항을 보면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림 사용시 주의사항>이라는 제목 하에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 그림 사용금지 △뒷 배경화면에 태극기 등 그림사용 금지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리고 ‘윤창중 그림 쓸 경우는 일반적인 그림 사용을 사용해 주세요’라는 당부사항도 덧붙였다.

   
5월10일 오후 3시경 KBS 영상편집실에 게재된 '공지사항'
 

보도국 영상편집실에 붙은 관련 공지사항은 이날 오후 3시쯤 부착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부에서 논란이 제기되자 오후 6시쯤 게시물을 편집실에서 떼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 한 관계자는 KBS가 ‘신보도지침’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KBS본부 관계자는 “10일 오후 KBS신관 3층 보도국 편집실에 이 같은 공지사항이 붙었다”면서 “임창건 보도본부장 시대 출발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정말 한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보도국의 한 기자는 “정상회담 일정이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사상초유의 사태에 대해 정확한 뉴스를 전달하려고 하기는커녕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공지사항이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전달’됐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5월10일 KBS <뉴스9>
 

하지만 KBS측은 시청자의 항의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고 해명했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11일 오전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윤창중 관련 뉴스가 나간 이후 ‘태극기 배경화면’이 화면에 나오는 것에 대해 불쾌하다는 시청자들의 항의전화가 보도본부로 계속 왔다”면서 “영상편집부 데스크가 이 항의를 받아들여 태극기를 배경화면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실무자에게 전달했는데 실무자가 이를 잘못 받아들여 발생한 오해”라고 밝혔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되자 어제(10일) 오후 6시쯤 관련 공지문을 모두 떼어냈으며, 청와대 브리핑룸 부분을 삭제한 채 새로운 공지문이 붙었다”고 말했다.

   
2013년 5월10일 SBS <8뉴스>
 

하지만 실제 지난 10일 KBS <뉴스9>에서 애초 지침대로 리포트가 제작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이날 <뉴스9>에서 ‘윤창중 성추행 의혹’ 리포트를 다루면서 ‘뒷 배경화면에 태극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청와대 브리핑룸 브리핑’이 배경화면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MBC와 SBS가 관련 화면이 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기자는 “정말로 실무자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지시’에 의한 것인지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KBS 이 같은 ‘지침’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고스란히 실무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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