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전 KBS사장과 관련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진행할 출판기념회와 관련, ‘반대 피케팅’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KBS사장 시절 추진했던 ‘독도영상보급사업체’와 관련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는 9일 발행한 노보에서 ‘독도영상보급사업체’와 관련한 의혹을 공개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김인규 전 사장은 자신이 KBS사장으로 있던 시기 KBS와 보아스 복지재단, 한국방송기자클럽 등이 모여 ‘국토사랑방송협의체’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사랑방송협의체’는 독도영상 보급 사업을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자는 취지에서 만든 단체다. 지난 2011년 11월16일 김인규 전 사장의 주도로 KBS, 보아스복지재단, 한국방송기자클럽이 회원사로 참여했다. KBS가 보유하고 있는 독도 등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보아스복지재단은 영상사업 단독대행사의 지위를 갖고 사업 시행과 관련한 재무 및 회계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갖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토사랑방송협의체’는 KBS사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되어 있으며 지금도 홈페이지(www.ikbk.or.kr)에 들어가 보면 길환영 사장의 인사말이 첫머리에 떠 있다. 
 
   
‘국토사랑방송협의체’ 홈페이지에 있는 길환영 KBS사장 인사말
 
KBS사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있는 ‘국토사랑방송협의체’의 정체는? 
 
문제는 ‘국토사랑방송협의체’를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영방송 KBS라는 이름을 걸고 독도영상사업을 하는데 관리나 감독이 전혀 안 되고 있어 민원까지 접수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독도영상사업은 보아스복지재단이 단독대행을 맡았으며 은행, 공공기관, 대학 등으로 관련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공문은 ‘국토사랑방송협의체 회장 길환영’ 명의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KBS본부 관계자는 “공문까지 이렇게 나갈 정도면 당연히 KBS가 사업주체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면서 “확인 결과, 보아스복지재단도 KBS와 하는 사업이라며 KBS를 영업에 적극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문을 받은 기업에서 관련 사업을 KBS가 하는 게 맞냐며 받은 공문을 다시 KBS 관련부서에 보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면서 “관리 감독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2013년 5월9일 발행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노보.
 
독도영상사업은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됐다는 게 KBS본부의 주장이다. KBS본부에 따르면 당시 KBS 헬기 1호기를 타고 독도상공을 둘러본 김인규 전 사장이 독도 영상보급사업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것이 ‘국토사랑방송협의체’ 결성으로 이어졌다는 것. 지난해 6월20일 KBS <뉴스9>에서는 ‘독도 실시간 영상서비스 업무제휴 협약식’이 보도되기도 했다. 
 
당시 콘텐츠사업부, 독도영상사업에 난색 표시 … KBS 홍보실이 실무 떠맡아 
 
김인규 전 사장은 독도영상사업과 관련, 콘텐츠사업부에 사업성 검토를 지시했지만 콘텐츠사업부는 사업 추진에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비사업부서인 홍보실이 독도영상사업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는 “당시 배재성 홍보실장과 이정록 팀장이 중심이 돼 독도영상 보급 사업의 실무제휴 협약과 국토사랑방송협의체 결성에 실무작업을 하게 됐다”면서 “비사업부서인 홍보실이 독도영상 사업의 KBS주체가 되고 보아스복지재단과 맺은 업무제휴 협약서의 문제점이 법무실에 의해 면밀히 스크린 되지 못한 데에는 김인규 전 사장의 밀어붙이기에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홍보실은 “홍보실장이 바뀐 뒤 ‘독도영상보급사업’과 관련한 문제점이 발견돼 길환영 사장에게 보고했고 내부적으로 이미 개선작업에 착수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KBS 홍보실은 “당시 ‘독도영상보급사업’이 어떻게 홍보실로 넘어오게 됐는지 자세한 사항은 알지 못한다”면서 “앞으로 관리 감독 강화는 물론 정관개정 등을 통해 이 사업이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독도영상보급사업 논란과 관련해 김인규 전 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9일 계속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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