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제품 강매와 '떡값' 요구 등으로 초유의 위기 사태를 맞고 있는 남양유업이 대표이사까지 나서 공식 사과했지만 대리점주협의회는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남양유업대리점 피해자협의회(이하 협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9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진정성이 없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남양유업 김웅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 10명이 자사 제품 강매와 폭언 파문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또 영업현장에서 제품 강매 등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 피해 당사자인 대리점업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피해자협의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에 대리점주들에게 먼저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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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남양유업 대리점주 10여명과 함께 전국유통상인회, 전국편의점주협의회, 농심특약점협의회 등 다양한 유통연합단체들이 참여했다.

이창섭 남양유업대리점협의회 대표는 "남양유업 사과발표는 영업사원 한명과 대리점주 한명의 일탈행위로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또 "전산조작에 의한 임의 발주와 제품 강매 사실을 인정하고 그 규모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전국 대리점에서 조직적,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제품 강매 전반에 대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승훈 협의회 총무는 "오전에 남양유업측 발표를 보고 또한번 가슴이 미어졌다"며 "잘못은 대리점에 했는데 사과는 국민에게 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바뀐 것이자 대국민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 총무는 또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대리점 업주는 "지난 10년동안 남양유업에 제품 강매에 대한 하소연을 했는데 욕설 파문이 불거지니까 이제서야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남양유업측의 대국민사과를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성춘일 변호사는 "협의회가 지난 1월28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항의집회를 벌였는데 (사측은) 여태까지 아무 관심도 없었다"며 "문제거 커지자 비로소 국민에게 사과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 변호사는 이어 "남양유업측에 형사상 공갈죄 등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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