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에는 ‘송신’이란 개념이 있는 반면 IPTV사업법에서는 ‘제공’이 있다. 송신은 시청자의 선택권 및 통제력이 없는 일방향적 개념이다. 반면 제공은 비선형 서비스로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이용자의 선택가능성이 중요하다.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방송, 케이블SO에 개입하고 IPTV사업법은 KT 등 이동통신 및 네트워크 사업자에 대한 법률이다. OTT(Over-the-Top) 서비스, N스크린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률은 모호한 상황이다.

송신이든 제공이든 공통점은 ‘방송 콘텐츠’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지난 2일 방송법과 IPTV법을 일원화하고 ‘수평규제’를 정책방향으로 밝혔다. 미래부는 이르면 오는 7월께 전담반을 구성해 관련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IPTV 서비스도 ‘방송 콘텐츠 제공 사업자’이고 이에 맞는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도 대체로 동의하지만 특정기업 특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관련기사 링크: 미디어오늘 2013년 5월 9일자 <미래부 추진 방송·IPTV 통합, KT·CJ특혜통합 될라>]

쟁점은 규제 완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IPTV사업자와 케이블SO는 각 사업자에 완화된 규제를 거론하며 가입자 제한 규제, 새로운 융합 기술을 허용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KT는 ‘접시 없는 위성방송’ DCS를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7일 기준 가입자 418만 명으로 IPTV 1위 사업자인 KT는 현행 77개 지역 전체 유료방송가입자 3분의 1로 제한돼 있는 가입자 규제를 피하려 DCS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밖에도 IPTV사업자들은 사업자가 직접 채널을 운영하는 ‘직접사용채널’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CJ헬로비전은 IPTV와 같은 수준으로 가입자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CJ는 현행 77개 권역별 전국 케이블방송 가입가구수의 3분의 1 이하로 정해진 점유율 제한을 IPTV와 같이 유료방송수의 3분의 1 이하로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 규제가 완화되면 CJ헬로비전과 같은 거대 SO들은 지역별 독점에서 벗어나 중소 SO들을 인수, 합병해 몸집을 키울 수 있다. IPTV사업자와 경쟁력도 커진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케이블SO 점유율 규제를 완화하려 했지만 국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현재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로 대표되는 ‘수평 규제’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IPTV도 방송으로 규정해서 관련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산업 논리로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면 IPTV 사업자와 케이블SO가 원하는 대로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통합법이 KT와 CJ에 대한 특혜 통합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특혜를 방지하면서 방송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방송 관련 사업들을 재구분하고,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 계층별로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강대 홍대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9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0 미래방송포럼’에서 “(새로운 방송서비스사업자들이) 사실상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청자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방송 관련 사업을 콘텐츠사업과 방송제공사업으로 분류하고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등 계층별 수평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대식 교수는 현행 통합방송법의 방송 개념을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재정립해야 한다면서 “방송과 통신에 공통적인 최소한 요소로 ‘방송통신 콘텐츠’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방송법 제 2조 1항은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해 이를 공중에게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송신하는 것으로서 텔레비전방송, 라디오방송, 데이터방송,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대식 교수는 방송을 ‘이용자의 의견, 사상이나 감정에 영향을 미쳐 여론 형성 등 잠재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콘텐츠를 제공자가 채택하여 넽워크 설비를 통해 시청각적인 표현으로 일반 공중에게 전달 또는 제공하는 것’으로 재정립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어 “IPTV 등 새로운 형태 미디어 서비스는 기존 방송서비스와 실질적인 경쟁관계”라면서 “차등적이거나 목적에 비례하지 않은 규제가 기존 방송법 규제 대상 사업자와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수평규제 체계 방식들. 홍대식 교수 발제문에서 갈무리.
 
통합법은 이들을 통합하고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 관련법마다 다른 사업자 개념도 바꿔야 한다. 현행 방송법은 ‘전달수단의 형태’에 따라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방송채널사용사업 등을 분리하고 있다. IPTV사업법은 방송제공사업과 방송콘텐츠사업으로 IPTV사업자의 영역을 분류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홍대식 교수는 콘텐츠사업과 방송제공사업 등으로 사업자를 구분한 뒤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등으로 분류해 수평적으로 규제할 것을 제안했다.

홍대식 교수의 제안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와 방송채널사업자(PP) 등은 방송제공사업자가 된다. 방송 콘텐츠를 활용하는 케이블SO, IPTV사업자, N스크린사업자 등은 콘텐츠사업자로 통합된다. 이렇게 되면 같은 계층에서 같은 규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홍 교수는 수직규제에 더해 영향력에 따른 차등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 계층 내에서 사회적 영향력, 방송시장에서의 영향력 차이에 따라 차등규제를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디어미래연구소 남승용 미디어경제팀장은 “현재 콘텐츠와 플랫폼이 뒤섞여 있는 규제 체계는 바꿔야 한다”면서 “OTT서비스는 네트워크 없는 플랫폼사업자인데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 통합법은 이런 취지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하는 것이 KT, CJ 특혜 통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법이 분리돼 각자 요구를 하고 있는데 그런 만큼 수평규제 체계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승용 팀장은 ‘공공성 강화를 위한 차등규제 필요성’에 대해 “일본의 방송법 체계도 콘텐츠사업자를 통합해 규제하고 있지만 지상파의 경우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차등규제를 한다”면서 “수직규제 체계로 통합하더라도 공공성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PTV사업자의 직접사용채널 요구에 대해 “애초 정부가 케이블SO에 이를 허용했던 취지는 지역성과 다양성 강화 차원이었다”면서 “전국단위 사업자인 IPTV사업자가 이를 달라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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