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욕설과 밀어내기 관행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남양유업이 9일 오전 10시 반 서울 중구 중림동 브라운스톤 3층 LW컨벤션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본부장급 이상 간부 10여명이 참석해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 자리애서 김웅 대표이사는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회사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고개 숙여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인성교육 시스템, 영업환경 재정비, 밀어내기 관행 개선 등을 통해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가운데 오른쪽)와 본부장급 임원들이 9일 오전 서울시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ssain@
 
 
이어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공정위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대리점 피해자 협의회’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화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양유업은 영업사원이 대리점 사장에게 욕설을 한 녹취록이 공개되고 난 뒤 사과문을 올렸으나, 피해자에게 고소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남양유업 측은 사과 기자회견문 발표 이후 ‘상생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대리점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500억 규모의 대리점 상생기금을 운영하고, 대리점 자녀 장학금 지원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밀어내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리점들과 함께 공동목표를 수립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대리점의 고충이 즉시 경영진에 전달될 수 있도록 대리점 고충 처리 기구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인 대책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대리점주가 원하지 않는 물량이 왔을 때 이를 되돌려 보낼 수 있게 하는 ‘반송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대답했다.  
   
남양유업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개숙여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CBS노컷뉴스
 
 
한편, 욕설 논란이 확산되기 직전 회사 주식을 팔아 논란에 휩싸인 홍원식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웅 대표이사는 “홍 회장은 대주주이긴 하지만 경영업무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회장이란 말은 그냥 직원들이 부르는 호칭일 뿐이다”라며 “실질적인 의사 결정은 내가 했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욕설 논란과 밀어내기 관행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았던 지라 이 날 기자회견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였다.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기자회견장은 카메라를 든 기자들로 가득 찼고,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기자회견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일도 발생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에 앞서 10시 20분 대표이사와 회사 간부들이 나와 고개를 숙이고, 기자들이 이를 촬영하는 ‘포토타임’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단상에 가려 간부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자 기자들은 “단상을 빼 달라”고 요청했고 회사 직원들이 급히 단상을 치우고 다시 촬영을 했다. 포토타임이 시작되자 간부들은 두 줄로 늘어서 고개를 숙였는데, 몇몇 기자들이 “원래 (계획에는) 한 줄로 서 있기로 하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간부들이 한 줄로 서서 다시 고개를 숙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 기자회견문을 발표하는 대표이사의 말이 잘 들리지 않자 기자들이 “잘 안 들린다”라고 소리쳐 기자회견이 지연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이 “기자회견을 거의 처음 해봐서 운영에 미숙한 측면이 있다.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웅 대표이사가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난 뒤 약 40여 분 동안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남양유업 측은 “오늘 자리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사과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에 마련한 자리다. 사죄의 말씀을 깊이 드리고 싶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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