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MBC 신임 사장이 안팎의 정상화 요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월 중순 즈음 이뤄질 임원급 인사가 김 사장의 정상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종국 사장은 3일 취임식에서 “MBC가 스스로 자기혁신을 단행하고, 뉴미디어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땅, 신세계를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MBC로 다시 태어나자고 호소한다”며 공정방송 실현과 노사관계 진단 등 조직문화 개선을 자기혁신의 과제로 제기했다.
 
김 사장은 그러나 ‘김재철 체제’ 청산이 정상화의 첫걸음이라는 여론에 대해서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김 사장은 MBC 차기 사장을 내정한 지난 2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이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김재철의 아바타도 ‘김재철 시즌2’도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욱 방문진 이사는 7일 “김종국 사장이 개인적인 자리에서 김재철 전 사장의 장단점을 평가했는데, 노조로부터 경영권을 지킨 것은 장점이고 즉흥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도덕적인 흠결이 있는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곧 단행할 본사 임원과 지역사 사장단 인사에서 김 사장의 대략적인 ‘색깔’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김재철 그림자’를 어느 정도 청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MBC파업이 김재철 사장 책임이었다는 감사원 회의록이 공개된 것은 어찌 보면 김종국 사장 입장에선 호재일 수 있다”면서 “‘김재철 라인’들에 대한 적절한 거리두기를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철 체제’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적절한 탕평책과 발탁인사를 단행한다면 ‘김종국 체제’에서 MBC 변화를 기대해 볼만 하다는 것.
 
하지만 큰 변화 없이 ‘김재철 라인’들이 계속 MBC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는 반론도 적지 않다. MBC 한 중견간부는 “본인의 임기가 10개월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자신을 사장으로 만든 방문진 여권이사들의 입장도 고려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본인이 하고 싶어도 자신만의 ‘인사 자율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간부는 “일부 발탁인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인사권이 협소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김재철 라인’에 대한 거리두기나 자신만의 독자적 세력 구축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MBC 관계자들도 “결론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크게 바뀌거나 김재철 체제 청산에 대해 기대할만 한 것들이 없다”, “김재철 체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사가 승진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등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전부터 ‘김재철 라인’으로 분류된 김 사장이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들의 압도적인 찬성 속에서 내정된 만큼 김재철 체제를 청산할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 김종국 MBC 신임사장
 
방문진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김재철 전 사장과의 개인적인 관계나 연고 등에 의해 중요보직을 맡았거나 적절치 않은 위치에 있다면 교체돼야 하겠지만 능력 있고 검증된 사람이라면 ‘김재철 체제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김 전 사장의 ’위인설관식‘ 조직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보직을 늘리면서 (조직이) 확대된 측면이 있고, 이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김 사장은 보도국 경제부장인 이효동씨를 비서실장에, MBC경남 출신의 박상길씨를 특보로 7일 임명하기도 했다. 이효동 비서실장은 지난해 MBC 파업이 최고조에 달했던 6월 문화부 차장에서 경제부장으로 발령이 나 ‘김재철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일부 간부들은 보직 사퇴하고 파업 대열에 동참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김 사장에게 정상화를 위한 7대 과제를 제시했다. 7대 과제는 △김재철 3년 전면감사 △무너진 공정성·신뢰도 회복 △서울-지역 대화·협조 체계 회복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회복 △단체협약 복원 등으로 노사관계 정상화 △해고자 복직·징계성 보복 무효화 등이다. MBC 본부는 “우리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김종국 신임 사장이 ‘제2 김재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와 뜻을 세우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도 해직자 복직 및 징계자 원직복귀, 노조에 대한 손배소송 취하,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을 첫 과제로 제시하면서 “이것이야말로 ‘제2의 김재철’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임원급 인사를 비롯한 MBC 인사는 5월 중순께 결정 날 전망이다. 최 이사는 “10일 이사회에서는 임원급 인사 방식과 MBC 감사, 방문진 사무처장 등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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