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별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한 전력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으나, 그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이번 문화방송(MBC) 사장 선임과정에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자신들을 방문진 이사로 선임해준 정치집단의 대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데 그쳤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은 지난 2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김재철 전 사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MBC 사장에 김종국 대전 MBC 사장을 선임했다. 그리고 지난 3일 김종국씨는 MBC 사장에 정식 취임했다.

이번 방문진의 김종국 사장 선임은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MBC 정상화의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 MBC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말살시킨 장본인인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한 방문진이 새로운 MBC 사장으로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MBC 광역화 사업을 추진했던 친 김재철 라인의 김종국씨를 선임한 것은 MBC에 제2의 김재철 체제를 출범시켜 지금의 MBC 체제를 지속하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번 사장 선임과정을 보면서, 어차피 김종국씨를 사장에 선임할거면 왜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했는지 방문진 이사들에게 묻고 싶다.

김종국 MBC 신임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이 MBC 노조와 시민단체들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던 MBC 광역화 사업을, 마산·진주 MBC 겸임사장으로 근무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진두 지휘했던 인물로, 당시 노조와 격렬한 갈등을 빚는 등 김재철 전 사장의 경영방침을 충실히 따르고 이행했던 제2의 김재철에 다름 아니다. 특히, 김종국 사장은 지난 2011년 김재철 전 사장의 지시를 받아 경남지역의 MBC 지역방송사들을 통폐합 하는 과정에서 통폐합을 반대하는 MBC 구성원 10여명에게 해고와 정직 등 중징계를 내리고, 노조원들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노조 탄압에 적극 나선 인물이다. 이처럼 김재철 전 사장 밑에서 김재철 사장의 경영방침을 충실히 따랐던 김종국씨를 새로운 MBC 사장에 선임한 방문진이 과연 MBC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있기는 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방문진의 김종국 사장 선임은 MBC를 다시 김재철 시대로 되돌리는 행태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체제를 답습하고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을 처참히 짓밟는 행위다.

방문진은 신임 MBC 사장 선임에 앞서 사장 선출기준으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에 대한 신념을 제시했다. 그런데, 정작 방문진이 선임한 김종국 신임 사장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성을 지켜낼 신념은커녕 최소한의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지난해 공영방송 MBC의 정권 편향적 방송제작에 저항해 무려 170일 동안이나 파업을 벌였던 노조원들을 해고와 징계를 통해 탄압하고, 파업이 끝난 뒤에도 노조원들의 방송현장 복귀를 불허하는 등 노조를 억압했던 김재철 전 사장처럼 경남지역 MBC 노조원들을 해고와 중징계로 탄압하고,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노조탄압을 일삼았던 김종국 신임 사장이 공영방송 MBC를 정권의 압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다. 김종국 신임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 체제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보다는 김재철 전 사장의 경영방침을 더 충실히 따른 인물로 방문진의 사장 선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인물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MBC의 정상화는 정권지향적 방송제작으로 공영방송 MBC의 공영성과 공정성을 말살시킨 장본인 김재철 전 사장 체제의 청산,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해직된 MBC 노조원들과 아직까지도 방송제작 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노조원들의 즉각적인 복직과 방송현장 복귀를 통한 내부 갈등 해소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런데 김종국 신임 MBC 사장은 이러한 MBC 정상화를 위한 조치들을 취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인물이다. 왜냐하면 그가 김재철 전 사장 체제 경영진의 일부로 MBC에 남아있는 김재철 전 사장의 잔재 중 일부이기 때문이다.

방문진이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이러한 잘못된 선택을 아무런 제재 없이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와 여당이 원하는 후보를 사장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방문진 이사회의 구조가 있다. 방문진 이사회는 여당에서 추천한 이사 6명과 야당에서 추천한 이사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MBC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된다. 결국 방문진 이사회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 여당이 선택한 인물이 MBC 사장으로 선임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한 방문진 이사회 구성을 여야가 동수로 추천하는 인사들로 구성되도록 바꿔야 한다. 만약 당장 이사회 구성비율을 바꾸기가 힘들다면, 이사회 3/4의 찬성으로 사장을 선임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채택하여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친 정부적인 인사가 공영방송 MBC의 사장에 선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공영방송 MBC의 공영성과 공정성 확보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사장의 선임을 통해서만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