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학생들이 타고 있어요.” 한 학원 셔틀버스에 나붙은 현수막 광고 문구다. 1등이 아닌 학생들의 심정은 어떨까. “이 버스의 종점은 SKY입니다.” 학부모들을 들뜨게 만들 이런 과장 광고도 있고 “초 3·4학년 때 오십시오. 초 5·6학년 때는 늦습니다.” 이런 협박성 문구도 눈에 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제보를 받아 사교육을 조장하는 나쁜 광고 사례 21건을 소개했다. 학벌의식과 경쟁, 불안감을 부추기고 선행교육을 조장하는 광고가 신문과 현수막, 벽보, 인터넷 포털 등등 광범위하게 적발됐다. 이 시민단체는 지난 2월 “친구가 너의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문구를 내건 온라인 교육 사이트 메가스터디의 광고를 문제 삼아 교체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이번에 접수된 나쁜 광고들 가운데는 “초등 5학년 때 중학수학을 끝냈다”거나 노골적으로 “초등과정 없는 초등 수학학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등 선행학습과 학벌경쟁을 조장하는 광고들이 많았다.
 
   
 
 
   
 
 
학원 복도에 내걸린 서울대 합격자 명패들도 눈길을 끈다. 노골적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마크를 내걸고 “동문이 되시겠다면 선택은 단 하나”라는 광고 문구를 내건 곳도 있다. 한 학원은 전단지에서 “암기과목 0점 맞자”는 선정적인 문구를 내걸고 있다. “암기과목은 0점 맞더라도 중학교 때 영어수학 실력을 향상시켜 나중에 고등학교 때 웃자”는 내용이다.

   
 
 
한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내건 “축 영훈초등학교 합격”이라는 현수막도 충격적이다. 영훈초등학교는 정재계 인사들이 선호한다는 사립초등학교다. 초등학교 마저 서열화되는 씁쓸한 현실이다. 이 학원 수강료는 월 100만원이 넘는다.

“초등 4학년부터 시작해야 SKY 간다”는 학부모들을 공략하는 단행본 제목이다. “성공하는 아이의 99%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만든다”는 책도 나왔다. 공포 마케팅이다.

   
 
 
   
 
 
입시업체 웅진씽크유는 포털 사이트 광고에서 “대비하고 계십니까, 바뀐 학교 시험으로 아이에게 벌어질 청천벽력을…”이라며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다른 광고에서는 “계산만 잘하는 아이에게 지구 종말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대비하고 계십니까”라는 협박성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런 광고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고통을 줄지 생각하지 않는 양심없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면서 “특히 진도 경쟁에 물든 교육 현장,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불가능해진 교실, 친구를 잃어버린 아이들, 비양심적 행위에도 부끄러움이 없이 휘둘리는 학부모들, 이 모두가 선행교육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이종혁 간사는 “지금의 학원법은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서만 규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비교육적이고 비윤리적인 광고와 좀 더 근본적으로 선행교육을 규제하는 법이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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