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日 총리의 그릇된 역사인식과 망언이 국제적 논란인 가운데 일본의 대표적 진보언론학자인 아사노 겐이치(65) 도시샤대 교수(미디어학)는 “아베의 주장은 일본사회 소수의 의견이지만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받아쓰는 결과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22년 간 교토통신 기자로 있다가 1994년부터 학자로 활동 중인 아사노 교수는 6일 기자와 만나 “일본 언론은 절대적으로 아베의 입장만 반영한다. 야스쿠니 참배를 두고 일본 장관들이 어떤 협박에도 지지 않는다고 말하면 언론은 분석이나 비판 없이 그 말을 그대로 받아쓰며 한국·중국·북한이 시끄럽다는 식으로 보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집권한 아베 총리는 최근 무라야마 담화(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 사과)를 부정하며 “침략에 대한 정의는 확실치 않다”고 주장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4월 23일에는 기록 확인이 가능한 1989년 이래로 최다 인원인 국회의원 168명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주도하기도 했다.

아사노 교수는 아베의 극우적 발언을 두고 “자민당 내 세 파벌 가운데 아베는 1895년 대만 침략과 조선 침략을 긍정하는 극우 야스쿠니 반동파인 후쿠다파에 속한다”고 전하며 “지난해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전체국민에게 받은 지지율은 17%에 불과했고 아베의 역사인식은 일본사회에서 소수에 불과하지만 언론이 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아사노 겐이치 일본 도시샤대학 미디어학 교수.
 
그는 일본 특유의 출입기자제도로 빚어진 언론의 권력화로 일본 언론이 비판의식을 잃었다고 진단한다. 그는 “출입기자단제도를 통해 언론은 정보를 독점하며 통제한다. 아마 태양이 서쪽에서 뜬다는 기자회견을 해도 일본 기자들은 그대로 전할 것”이라고 전한 뒤 “일본은 저널리즘 교육이 없고, 엘리트의 자녀들이 대부분 기자가 되며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출입기자제도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만들어졌다. 출입기자단에 등록된 언론사는 약 50여 곳. 메이저 신문사의 신입기자 연봉은 750만엔(약 1억 원), 3년차는 1000만엔에 달한다. 더욱이 일본 주요 신문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을 제외하곤 기사에 기자의 이름(바이라인)을 쓰지 않는다. 그렇게 기자는 권력에 취하고 언론인의 의무를 회피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언론은 기자단을 중심으로 새 미디어의 출연을 방해하고 있다는 게 아사노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몇 가지 온라인저널리즘은 존재하지만 영향력이 높지 않다. 새로 신문을 만들고 싶어도 신문용지 자체를 살 수 없게 구조화돼 진입이 어렵다. 자체적으로 신문을 만들어도 역에서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전했다.

아사노 교수는 획일화된 일본 언론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에는 좌파신문이 없다. 아사히신문 또한 다케시마(독도) 문제나 신사참배 문제를 두고 국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반대할 뿐이다”라고 주장한 뒤 “10년 전 아사히신문에 입사한 기자 가운데 4분의 1이 그만 뒀다. 자존감이 있는 언론인들은 다 그만 두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NHK야말로 일본사회의 보수우경화에 최악의 영향을 끼친 곳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NHK는 보도직 국가공무원이다. 당사자들의 의식도 그렇다. NHK에서도 제작자율성이 침해받는 사례는 있지만 극소수”라고 밝혔다. 2000년 당시 위안부 문제를 두고 일본은 유죄라는 내용을 NHK가 취재했으나 방송 직전 아베(당시 자민당 간사장)가 개입해 무산 된 사건이 대표적인 침혜사례다. 아사노 교수는 “아사히신문의 경우 이 사건의 문제를 보도했지만 이후 아베에게 사과했다.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지방으로 발령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경험이 있지만 일본은 미국이 주입한 페이퍼민주주의로 작동하고 있다”며 반민주적 사회분위기를 우려하며 “저널리스트, 학자,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결과 일본은 병들었다”고 지적했다.

아사노 교수는 “아베는 국제사회 인식과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견제가 국제화되고 있으며 미국은 아베의 역사인식을 결국 인정하지 못할 것”이라 예고하며 “일본은 평화헌법을 지키면서 스위스처럼 중립국의 위치를 지키는 게 좋다. 일본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똑바로 직시해야 하고 언론은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노 교수는 지금껏 20여권 이상의 단행본을 집필했으며 이 중 일본 언론의 범죄보도관행을 비판한 <범죄보도의 범죄>는 20만권 이상이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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