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대통령비서실 행정인턴과 관련해 업무의 성격에 비해 처우와 고용형태가 지나치게 불안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선발 인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원의 채용분야가 언론 모니터 및 홍보관련 자료수집 등 청와대 홍보수석실 내 고유업무인데다, 주요현안에 대한 의견 제시 및 정책제안 등 정무적 판단을 요하는 역할까지 들어있으나 정작 이들의 신분은 ‘인턴’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채용한 이들을 실제로 어떤 업무를 하는데 활용하려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청와대는 6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발표한 ‘2013년도 대통령비서실 행정인턴 채용공고’에서 이날부터 오는 13일까지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공고를 보면, 청와대는 모두 30명의 행정인턴 채용예정자 가운데 내신모니터링(6명), 외신모니터링(3명), SNS 운영지원(3명), 국정홍보 업무지원(2명), 홍보기획 업무지원(1명), 춘추관 보도지원(2명), 그래픽 디자이너(1명) 등 17명에 달하는 인력을 청와대 언론홍보 쪽에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내신모니터링의 경우 ‘방송‧신문 등 언론 모니터링 및 분석, 주요 현안 의견 제시 및 정책 제안’ 업무를, 외신모니터링은 ‘외신 동향파악 및 외신인터뷰 준비, 영문 및 외국어 자료 검색‧정리’를, SNS 운영지원은 ‘청와대 SNS 미디어 콘텐츠 관리 및 운영, 뉴미디어 관련 보고서 작성 및 지원업무’를 맡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SNS 인력의 경우 SNS 활용 숙련자로 뉴미디어 콘텐츠 분야 유경험자를 우대한다는 요건이 달려있었다.

또한 국정홍보 업무지원 분야 인력은 ‘정책 관련 온‧오프라인 모니터링 등’의 업무를 한다고 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업무 성격만 보면,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 또는 대변인실의 고유업무이자 청와대 언론홍보의 주요 지원 역할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의 계약조건은 오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 단기계약이며, 보수는 월 115만 원(시간외 근무수당 별도지급)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고유업무를 저임금의 인턴으로 6개월만 쓰고 마는 것은 상식적인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던 김현 민주당 의원은 6일 오후 “청와대가 24시간 모니터체제를 가동해 정무적 판단을 하는데 필요한 숙련된 인력과 책임있는 판단을 해야 하는 대통령 비서실 고유업무를 인턴을 써서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이런 업무를 시키면서 6개월에 115만 원이면 기간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봉급도 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더구나 청와대가 나서서 이렇게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작은 청와대’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 때문에 이렇게 뽑은 인력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대선 직전 새누리당에서 댓글을 달고 월 100만 원을 받았다는 이른바 ‘댓글알바’가 이 채용공고를 보면서 연상이 된다. 이런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행정인턴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실시돼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데일리안 정치부 선임기자는 이날 “지난 2009년부터 행정인턴이 있었는데, 그 때도 6개월 씩 업무를 시켰으나 정식직원으로 채용하진 않았고, 인턴은 인턴으로 국한되는 것이 맞다”며 “청와대 인력수급에 있어 일부 보강을 하고, 대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실시했던 것으로, 그다지 전문성이 요하지 않는 단순 인력이었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여기서 언론모니터 활동이라는 것은 기사 스크랩하는 수준이고, 단순 서류정리 작업을 하는 정도로 정책 판단을 위해 보안을 요하는 업무의 경우 행정인턴이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며 “행정관이나 행정요원등 청와대 정규직원이 모든 단순업무를 일일이 다 못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6일 발표한 대통령비서실 행정인턴 채용공고
 
이에 대해 청와대 대변인실의 한 행정관은 “(청와대 고유업무를) 도와줘야 하는 인력이 필요한 것은 맞는데, 예산이 없어서 (저임금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이명박 정부 때도 6개월에 이 정도 처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행정관은 댓글알바로 활용될 우려에 대해 “국가기관에서 (인턴을 뽑아놓고) 그렇게 시킬 수 없지 않느냐”며 “현실적으로 청와대 업무 환경이 매우 열악해 실무적 지원을 위한 인원이 필요한 것일 뿐이지, 심각한 판단력을 요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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