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 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법안 개정안이, 어린이집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좌초하면서 어린이집 원장들과 법안을 발의했다 철회한 새누리당 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법안의 적절성 여부와는 별개로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압력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 등 13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4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 해 어린이집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려 했으나 일부 지역구 의원들이 해당 어린이집 원장들의 압박에 공동발의 철회를 요청하면서 법안 자체가 무산됐다.

이운룡 의원실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우리는 비례대표라 지역구가 없어 지역의 이익단체들의 항의나 협박에서 자유롭지만 공동발의한 의원들 중에는 지역구 의원들이 계시고 어린이집으로부터 협박에 가까운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항의를 받은)이 분들이 우리에게 이름을 빼 줄 것을 요청했는데 국회법상 법안을 아예 빼고 재발의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을)철회했다”며 “지역구 항의에도 소신을 지킨 분도 있지만 그분들이 역으로 피해를 받을 까 싶어 (법안발의 철회를 위해 공동발의한)13명 의원실의 도장을 다 받았다”고 말했다.

   
▲ 어린이집 자료사진(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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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에 반대의사를 밝힌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이명숙 과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그 이유에 대해 “공무원에 사법권이 주어지지 않아도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며 “어린이집 근무환경 개선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법권을 들이대면 (어린이집 관계자들을)범법자로 만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현장에서 왜 그러는지 보지도 않고 일방적인 기사로 여론을 조성하면 안된다”며 “우리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사람들에게 정식채널로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국에 4만3천여개의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항의)그랬을 수 있다”며 “그러나 (언론이)우리가 하지 않았던 것을 너무 강하게 표현해놓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법안 철회를 요청한 김성태 의원 측 관계자는 “압력 때문이 아니라 법안내용을 모르고 서명했다가 철회를 한 것”이라며 “항의도 많이 받았지만 그 전에 철회의사를 먼저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로 서명했지만)죄송하게 됐다”며 “어린이집이 국고를 유용하거나 횡령하는 등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이미 복지부 등이 감독권을 갖고 있어 이중적인데다 보육시설 원장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번 소동에 대해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박범이 회장은 해당 법안은 부적절하다고 밝혔지만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공무원들이 감찰을 나간다고 어린이집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초등학교에 안전보안관 나가고 있지만 학교의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은 “한편으로는 전혀 자기를 방어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의 안전과 성장을 담보할 어린이집에 누가 감사를 나온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구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일반 학부모들의 정서를 고려해서라도 그 같은 물리적 과잉행동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윤룡 의원 측은 관련 법안을 재발의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 측은 “아동 학대 문제가 다뤄지면서 어린이집 교사들의 처우문제도 같이 나왔다”며 “근본적 문제는 처우 환경개선과 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서 윈윈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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