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정보격차 해소 등 사회공헌 목적으로 만든 IT서포터즈를 이석채 회장을 개인을 위해 사조직처럼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지하철 9호선 적자투자 논란, 친척 회사 인수 등 배임 혐의로 고발된 이석채 회장에 관한 여론악화를 막기위해 KT가 직원들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KT는 그러나 직원들의 개별적인 활동이라고 해명했다.

6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IT서포터즈 노동자의 ‘관리자 지시’ 메시지에 따르면, 5월 초 KT의 지역 IT서포터즈 관리자는 직원들에게 “다음포탈에서 검색되는 ‘이석채’ 회장님 키워드 관련 악성트윗을 밀어내기 하고자 합니다”라며 특정멘션을 집중적으로 리트위트할 것을 IT서포터즈에게 지시했다. 이 멘션은 이아무개·양아무개·정아무개씨 등 본사 커뮤니케이션실 CSV단 소속 직원들이 올린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실 실장은 김은혜 전무다. 

다음은 메시지 전문이다.

“다음포탈에서 검색되는 ‘이석채’ 회장님 키워드 관련 악성트윗을 밀어내기 하고자 합니다. 올린 트윗에 Retweet(RT가 아님) 부탁드리며 정○○, 양○○, 이○○이 올린 내용을 집중 리트윗 해주시기 바랍니다. 리트윗은 댓글을 단 RT와는 다른 부분이오니 참조바랍니다. 오늘은 종일 DAUM포탈에서 ‘이석채’ 검색하여 밀리는지 상황을 모니터링 하면서 지속적인 트윗 및 리트윗 부탁드립니다.”

   
 
 
   
 
 
   
 
 
메시지에 따르면, KT는 본사 커뮤니케이션 직원의 자사 홍보 멘션을 IT서포터즈가 리트위트하는 방식으로 이 회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방어했다. 특히 댓글을 단 RT가 아니라 멘션을 그대로 팔로워들에게 리트위트하는 방식은 멘션의 인기도를 올려 부정적 내용이 첫 화면에 노출되지 않게 한다. 일종의 조직적 어뷰징(abusing)으로 해석된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키워드를 검색할 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검색 결과가 노출된다. 6일 오후 현재 ‘이석채’를 검색하면 외투 안에 빨간 옷을 입거나 빨간 목걸이를 건 IT서포터즈가 올린 멘션이 검색 결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IT서포터즈는 전국 23개 지역 정규직 200여 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IT서포터즈는 KT가 지난 2007년 2월 21일 국민의 IT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출범시킨 ‘무료봉사단체’다. KT는 누리집에 서포터즈의 목적을 정보격차 해소, 사회적 책임 이행, 고객가치 혁신 등으로 제시했다. 다문화 가정 지원,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 맞춤형 IT교육, 실생활형 IT활용, IT역기능 예방, 최첨단 IT기기 활용 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3월 29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 7기 서포터즈 발대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서포터즈에게 빨간색 링타이를 선물하면서 “IT서포터즈의 출범 이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찾았다”며 “KT와 사회를 위해 소중한 존재임을 항상 기억하고 누구나 행복한 IT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 IT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한 이석채 회장이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KT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이를 두고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IT서포터즈는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공헌 조직인데 이석채 회장 수족이 돼 버렸다”면서 “사회가 아니라 이석채 회장에 공헌하는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KT 내부에서도 ‘이석채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메시지의 발신자로 나와 있는 경기북부 IT서포터즈팀 관리자 송아무개씨는 처음에 “그런 메시지를 보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님 악성트윗을 밀어내고 본사 직원 멘션을 리트윗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팀원들에게 전달한 적도 직접 보낸 적도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 이석채 회장은 지난 3월 29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 7시 IT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했다. KT 누리집에서 내려받음.
 
KT 커뮤니케이션실 관계자는 “서포터즈의 일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확인한 뒤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T서포터즈는 지역별로 대여섯 명으로 전체 200여 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본사 커뮤니케이션실 CSV단 조아무개 IT서포터즈센터 챌린지지원2팀장은 “조직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멘션을 쓰고 리트위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김은혜 커뮤니케이션 실장 및 KT가 지난 1월 영입한 영장전담판사 출신 박병삼 상무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석채 회장 퇴진설과 배임 의혹 등을 해명했다. 당시 박병삼 상무는 이 회장과 8촌 지간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 회사를 KT가 인수한 이유에 대해 콘텐츠와 가상재화 시장 전망 때문이라 밝혔다.

김은혜 홍보실장은 이석채 회장을 “민영화 11년, 경영권 흔들기도 있고 혁신성과가 날수록 네거티브가 양산되고 있다”며 각종 배임 의혹을 일축했다. 미디어오늘의 의혹 제기와 참여연대의 검찰 고발에 대해 김 실장은 “루머”라며 “루머는 대상자, 배포자, 이슈자 모두에게 위험스럽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퇴진설’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