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 측에서는 직접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비서관이 해당 기관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명단을 김 의원에게 전한 것으로 봐서는 만일 이 보도가 없었다면 청탁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일전에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2010년 말 경찰 인사 때 여야 의원 10여명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하는 등 국회의원들의 부당한 인사 청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직자행동강령을 보면, ‘정치인 등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처리’ 규정이 있다. 그 내용은 ‘공직자는 정치인이나 정당 등으로부터 부당한 직무수행을 강요받거나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보고하거나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한 후 처리하여야 하고, 보고를 받은 소속 기관의 장이나 상담을 한 행동강령책임관은 그 공직자가 공정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던 문자메시지. | ||
바로 이 점에서 시급히 제정이 되어야 할 법안이 바로 ‘부정청탁방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일명 ‘김영란 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법안은 작년 8월 입법예고까지 거쳤으나 법무부 등 일부 부처의 이견으로 입법이 늦어졌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는 6월까지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 법안이 공직자, 특히 국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입법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불분명하지만 바로 이 점이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법안은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에 대하여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로 제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제3자가 공직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청탁하는 경우에는 2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제3자인 공직자가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 3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김 의원이 실제 청탁으로 이어졌다면 마지막 경우에 해당되는 셈으로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는 것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던 문자메시지. | ||
법 제정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무원노조의 역할이다. 법안을 보면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는 경우 거절하고 거듭 반복되는 경우 신고하게끔 되어 있고, 신고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지금 같은 공직사회 분위기에서는 사실 거부와 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 점에서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법 제정을 계기로 정치인의 부정청탁 거부 운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개인이 거부하거나 신고할 경우 조직이나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 차원에서 상담 및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부정청탁한 정치인의 명단을 발표하고, 만일 불이익을 당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원상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의 부당한 청탁은 바로 신고 되어 세상에 알려지고 청탁한 정치인이 실질적 불이익을 받기 시작한다면, 정치인 입장에서도 오히려 이러한 법으로 청탁의 어려움을 지역민에게 설명하고, 청탁하는 이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것을 전한다면 지금보다는 청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일명 ‘김영란 법’의 조속한 제정과 공무원노조의 적극적 역할이 요청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