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미디어오늘은 새누리당 김희정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거주하는 인사의 아들 취업청탁을 받고, 법안통과가 논의되는 본회의장에서 비서관을 통해 해당 채용기관의 국회담당관에게까지 채용문의를 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김 의원 측에서는 직접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비서관이 해당 기관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명단을 김 의원에게 전한 것으로 봐서는 만일 이 보도가 없었다면 청탁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은 높아 보인다. 일전에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퇴임을 앞두고 2010년 말 경찰 인사 때 여야 의원 10여명으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하기도 하는 등 국회의원들의 부당한 인사 청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직자행동강령을 보면, ‘정치인 등의 부당한 요구에 대한 처리’ 규정이 있다. 그 내용은 ‘공직자는 정치인이나 정당 등으로부터 부당한 직무수행을 강요받거나 청탁을 받은 경우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보고하거나 행동강령책임관과 상담한 후 처리하여야 하고, 보고를 받은 소속 기관의 장이나 상담을 한 행동강령책임관은 그 공직자가 공정한 직무수행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던 문자메시지.
 
그러나 행동강령책임관들을 대상으로 한 2008년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이 규정은 14개 규정 중에서 가장 낮게 준수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관이나 공직자 입장에서는 청탁을 하는 정치인과 이해관계 때문에 되도록 수용할 수밖에 없다보니 유명무실한 규정이 되었다. 특히 행동강령에서는 부정청탁을 하는 정치인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행동강령으로 정치인의 청탁을 근절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에서 시급히 제정이 되어야 할 법안이 바로 ‘부정청탁방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일명 ‘김영란 법’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 법안은 작년 8월 입법예고까지 거쳤으나 법무부 등 일부 부처의 이견으로 입법이 늦어졌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오는 6월까지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이 법안이 공직자, 특히 국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입법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지 불분명하지만 바로 이 점이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법안은 공직자가 수행하는 직무에 대하여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로 제재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해당사자가 제3자를 통해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에는 1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제3자가 공직자에게 직간접적으로 부정청탁하는 경우에는 2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제3자인 공직자가 다른 공직자에게 부정청탁을 하는 경우 3천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김 의원이 실제 청탁으로 이어졌다면 마지막 경우에 해당되는 셈으로 3천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는 것이다.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던 문자메시지.
 
다만 여기서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이러한 과태료 부과 사실을 선거 때 가정으로 배송되는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에 포함될 수 있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필요성이다. 과태료가 부과되더라도 지역 유권자가 그런 사실을 모르고 투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고 이상의 전과기록으로 한정되어 있는 정보공개 자료에 자신의 직분을 이용한 부정청탁을 하다가 과태료를 부과받았다면 이런 사실 역시 공개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 연장선상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권 제한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선출 및 직무와 직접 관련 있는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내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하여 수뢰, 사전수뢰 내지 알선수뢰, 알선수재에 규정된 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벌금형도 공개하도록 개정함으로써 정치인에게 좀 더 무거운 부담감을 줄 필요가 있다.

법 제정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공무원노조의 역할이다. 법안을 보면 공직자가 부정청탁을 받는 경우 거절하고 거듭 반복되는 경우 신고하게끔 되어 있고, 신고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지금 같은 공직사회 분위기에서는 사실 거부와 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바로 이 점에서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법 제정을 계기로 정치인의 부정청탁 거부 운동을 주도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개인이 거부하거나 신고할 경우 조직이나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 차원에서 상담 및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부정청탁한 정치인의 명단을 발표하고, 만일 불이익을 당하는 공무원이 있다면 원상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의 부당한 청탁은 바로 신고 되어 세상에 알려지고 청탁한 정치인이 실질적 불이익을 받기 시작한다면, 정치인 입장에서도 오히려 이러한 법으로 청탁의 어려움을 지역민에게 설명하고, 청탁하는 이 역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는 것을 전한다면 지금보다는 청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일명 ‘김영란 법’의 조속한 제정과 공무원노조의 적극적 역할이 요청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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