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전 KBS 사장이 오는 10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KBS신관공개홀 로비에서 <드라마 스캔들>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 등이 ‘반대 피케팅’을 검토하고 있어 출판기념회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인규 전 사장이 이번에 출간하는 <드라마 스캔들>은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문화일보에 10회 연재됐던 글을 비롯해 드라마 제작현장의 비화를 담은 책이다. 김인규 전 사장은 KBS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드라마 제작과 관련된 비망록을 작성해 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일보에 관련 글을 연재해 왔다.

문화일보에 연재한 글은 대부분 자신이 KBS사장으로 재직할 동안 드라마 제작과 관련한 뒷얘기들을 바탕으로 했다.

김 전 사장은 문화일보 연재에서 △화제를 모은 드라마 <성균과 스캔들>이 제목 때문에 유교와 성균관으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내용 △반공드라마 논란을 불러온 <전우> 제작과 관련한 뒷얘기 △드라마 <추노>를 둘러싸고 벌어진 선정성 논란 △시청률 상승세를 보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인기비결 △인기를 끌었던 KBS 드라마 <차칸남자>가 한글파괴 논란 끝에 방영 도중 제목이 <착한남자>로 변경된 속사정 등을 주로 언급했다.

특히 공영방송 사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드라마 관련 비화를 일간지에 연재했다는 점에서 연재 당시 언론계에서 이런 저런 뒷말이 나오는 등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PD가 연재할 만한 아이템을 KBS사장 출신이 연재하는 게 온당하냐는 비판이 제기됐던 것.

   
김인규 전 KBS사장
 

하지만 김인규 전 사장의 출판기념회가 예정대로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출판기념회를 KBS에서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KBS본부는 출판기념회를 반대하는 피케팅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본부 한 관계자는 “이번에 출판하는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지난해 11월 퇴임한 김인규 사장이 이후 보인 행보를 보면 솔직히 한심하다”면서 “공영방송 사장까지 한 사람이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공영방송의 철학이나 이해에 대한 책을 내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 스캔들’ 관련 책을 내는 게 과연 온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KBS 한 기자도 “KBS사장 출신이면 그에 걸맞은 책을 내든가 해야지 도대체 이게 뭐냐”면서 “개념 없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장소를 빌려준 KBS측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2013년 1월24일자 26면
 

KBS 한 PD 또한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KBS보도‧시사프로그램이 추락하고, 공정성에도 심각한 훼손이 있었는데 그에 책임을 느끼고 반성하기는커녕 무슨 출판기념회냐”면서 “그래도 공영방송 사장출신인데, 퇴임한 뒤 대외활동이 ‘드라마 스캔들’ 관련 글을 쓰고 책을 낸 거라는 것에 솔직히 자괴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김인규 전 사장 측에서는 장소변경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수천 장의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발송했기 때문에 장소변경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KBS 한 관계자는 “초청장은 이미 발송했지만 여론이 계속 악화되면 KBS가 아닌 프레스센터 등에서 출판기념회를 할 수도 있다”면서 “장소는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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