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지원하기로 했던 국제중학교가 약속을 어기고 설립 이듬해부터 법인 장학금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국제중학교 ‘연도별 사배자 지원현황’에 따르면 대원국제중학교 법인은 2010년부터 사배자를 위한 지원금을 전혀 내지 않았고, 영훈국제중학교의 경우에도 2009년에 비해 법인지원금이 현격하게 줄었다.

대원국제중은 학교 운영을 시작한 2009년에만 사배자 학생에게 1억2666만 원을 지원했을 뿐 이듬해부터는 학교 법인을 통해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훈국제중도 설립 첫 해 1억1000만 원을 지원했다가 2011년에는 720만 원까지 장학금을 줄였다.

   
▲ 연도별 사회적 배려 대상자 지원 현황. 김형태 교육의원 자료 제공.
 
지난 2008년 두 학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20% 정도 입학시켜 학비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법인에서 장학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이행 계획서’도 교육청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대원국제중은 1억6848만 원을, 영훈국제중은 1억6310만 원을 학교 법인과 장학재단 등을 통해 장학금을 확보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학교의 사배자 지원 약속 불이행은 고스란히 교육청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교육청은 대원국제중 사배자 지원금을 2009년 2043만 원에서 2010년 2억1184만 원으로 10배 이상 늘렸으며 2011과 2012년에는 교육청 지원이 2억7000만 원을 넘어섰다. 영훈국제중에도 2009년 7119만원을 지원했다가 2011년 4억2870만 원까지 뛰는 등 사배자 지원을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 대원학원과 영훈학원의 사배자 장학금 확보계획서 및 이행 확인서. 김형태 교육의원 자료 제공.
 
이에 대해 김형태 의원은 “처음부터 사배자 학생에 대한 배려 의지와 진정성이 없었다”며 “사배자 카드는 국제중 설립을 위한 구색 맞추기, 깜짝쇼, 여론 무마용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서울시민 우롱극, 대국민 사기극에 가깝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대원과 영훈 등 두 국제중 재단은 지금이라도 큰소리쳤던 이행각서대로 철저하게 이행하든지, 그럴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안 되면 스스로 일반학교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시민의 혈세로 사학재단이 부담해야 할 사배자 학생 학비를 선심 쓰듯 대신 내주고 있었던 교육청도 학비 대납금을 속히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제중 졸업생들의 상급 학교 진학 결과는 일반 중학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입학비율이 높았다. 대원국제중의 경우 2013년 졸업생의 48%가 외고에 진학했으며, 27%는 자사고에 입학 했다. 그에 비해 일반계고에 진학 비율은 163명 학생 중 22명(13%)에 불과했다. 영훈국제중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2013년도 졸업생의 76%가 외고, 자사고, 과학고, 영재학교에 진학했다.

김 의원은 “일반 중학교에서 1~2명 정도만 과학고나 외고에 진학을 하는데, 국제중학교는 비정상적으로 외고, 과학고 등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다”며 “국제중을 설립해 파행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초등학생, 더 나아가 취학 전 유치원생들까지 대학입시를 위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서울 영훈국제중학교가 최근 편입생 학부모에게 입학 대가로 현금 2천만원을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지난달 6일 영훈국제중학교 앞에서 학교승인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은 이날 영훈국제중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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