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전 진보정의당 국회의원, 최성진 한겨레 기자, 이상호 전 MBC 기자의 공통점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신상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2005년 ‘떡값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했던 노회찬 전 의원은 의원직이 박탈됐고, ‘MBC-정수장학회 비밀회동’을 보도한 최성진 기자는 검찰로부터 기소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경유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기부X파일’보도를 담당했던 이상호 전 MBC기자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들에게 ‘불법 감청’이란 죄목을 붙였다. 

이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이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3일 오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전국언론노조·송호창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 주제 역시 통신비밀보호법이었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변호사)은 “X파일 사건은 정경유착의 전형이었고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이를 공개했던 국회의원과 기자가 유죄를 받은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된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또한 “X파일 사건은 기득권 간 유착관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하지만 진실을 기록하려 했던 분들의 희생으로 이어졌다”며 “법과 제도는 국민을 보호하는 울타리여야 한다. 이번 통신비밀보호법 토론회를 통해 그 울타리가 촘촘하고 튼튼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상호 기자와 최성진 기자를 가리키며 “진실과 함께한 여러분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 3월 1일자 한겨레신문 1면.
 
최성진 한겨레 기자는 지난해 10월 경 최필립 당시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통화 도중 최 이사장이 통화버튼을 종료하지 않고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과 대화를 시작하자 이를 듣고 녹음했다. 검찰은 해당 행위가 통비법 구속 요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강혁 변호사는 그러나 “통비법 위반죄 보호대상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일 뿐이며, 대화자들이 공개할 의사는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공개한 대화까지 보호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최 기자가 위법한 방법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으로 대화 내용을 취득한 것이 아니었다”며 “검찰은 그를 불기소처분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공소권 남용을 비판했다.

최성진 한겨레 기자는 “공적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주식을 극비리에 사적으로 처분하려 했던 최필립, 이진숙 등의 대화를 대화 당사자의 실수 덕분에 취재해 보도한 기자에 대해 검찰을 최필립 등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수사·기소해 기자의 사적 통화 내역 등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으로 조회 및 압수했다”고 비판했다. 최성진 기자는 “국가기관이 언론의 자율성을 억압하는 법적·제도적 권한을 남용한다면 이는 취재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를 가져 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통비법의 원래 취지는 정부나 국가 권력이 개인의 사생활이나 사회단체 활동을 도청하거나 감시하는 것을 방지해 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공권력이 도리어 이를 악용해 정당한 취재활동을 하는 언론인의 입을 막는 것은 원래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사회 권력의 비리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은 불가피하게 잠입취재나 허락 없이 녹음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공익을 목적으로 한 것일 경우 통비법에도 위법성조각사유를 명문화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 유승희 등 국회의원 46인은 지난 3월 “현 통비법은 통신의 자유만을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보호하면서 표현의 자유 보장을 포기하도록 해 헌법 정신에 배치되고 있다. 불법 감청을 통해 생성된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 내용이 공익성을 갖춘 경우 처벌을 면하도록 위법성조각사유를 규정해야 한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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