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지난달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수많은 의혹에도 정부 측 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끝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버렸던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진실 규명 논쟁을, 언론계가 아닌 영화계가 다시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기획한 정지영 감독은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공유하고 있는 문제가 수면에 가라앉아 있으니까 이걸 다시 한 번 고민하고 토론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4월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처스 제공. | ||
지난 제주 4·3 추념일을 전후로 ‘함께 보기’ 캠페인까지 일었던 영화 ‘비념’은 제주 4·3사건으로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는 강상희 할머니의 개인사에서 출발한다. 4·3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강 할머니의 삶을 중심으로 잊혀가는 제주 4.3사건이 실제로 존재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역사임을 전한다. 영화를 연출한 임흥순 감독은 제주의 낭만적인 풍경 속에 묻힌 시린 역사와 기억들을 무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메라에 담아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안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영화라는 장르가 가진 다양하고 풍부한 관점 덕택이라고 분석한다.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단순히 (사건의) 고발 차원이 아니라 그때 죽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아우르며 위로하는 진혼제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며 “영화를 보았을 때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부분도 결국은 그런 제의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영화 '비념' 포스터. 사진출처='비념' 공식 블로그 | ||
영화가 역사나 사회 이슈와 같은 민감한 주제를 다룰 때 자칫 지나치게 주관에 치우칠 수 있는 부분은 숙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지웅 영화평론가는 “르포가 됐든 영화가 됐든 텍스트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과 예술 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며 “의견이 갈리는 사회적 이슈나 역사적 사건을 영화로 만들 때 지나친 정치적 편향이나 주관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 깊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다룬 4부작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포스터. 사진출처=역사정의실천 시민역사관 누리집 | ||
최종한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교수는 “언론은 새로운 사실이 나오지 않는 이상 기사화하지 않지만 영화는 좀더 자유롭게 주제를 다룸으로써 사건 자체가 재조명될 기회를 제공한다”며 “엄밀히 보면 영화가 가진 극적인 부분과 언론 보도의 논픽션은 다른 영역이므로 언론이 혼동의 소지를 줄여줄 필요는 있지만, 관객에게 궁금증과 다른 시야를 제공하는 영화의 기능은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