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민철 기자(사회정책부 차장)는 2004년 한나라당 출입기자 시절 기사 말미에 다음의 문장을 남겼다. “요즘 한나라당 천막 당사 주변 콘크리트 틈에선 민들레·뽀리뱅이·메꽃·별꽃·개불알풀 등이 피고 지고 있다.” 

같은 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삼성동 자택을 공개해 기자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에 집중할 때도 그는 “마당에는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있고, 옥잠화·비비추·패랭이꽃 등을 기르고 있었다”라고 한 줄을 걸쳤다.

김민철 기자는 꽃이 좋다. 전라북도 정읍출신인 그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잊지 않고 10여 년 전부터 산과 들을 돌아다니던 도중 야생화에 빠졌다. 꽃 사진을 찍고 공부하던 도중 한국현대소설에 등장하는 야생화에 관심이 가게 되며 취미가 발전해 책 <문학 속에 핀 꽃들>(샘터)을 펴내게 됐다.

저자는 서문에서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소화와 외서댁은 무슨 꽃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박범신의 <은교>에 나오는 쇠별꽃은 어떤 꽃일까. 이 책은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사람들을 위한 책”라고 소개했다. 평소 꽃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소설 이야기까지 더해 술술 읽힐 법하다.

   
▲ '문학속에 핀 꽃들', 김민철 지음, 샘터, 13800원.
 
저자는 김유정의 <동백꽃>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실은 빨간 동백이 아니라 노란 생강나무임을 지적하는가 하면, 김훈의 <칼의 노래>에 쑥부쟁이와 옥수수가 등장하는 이유를 찾으려 직접 작가에게 물어 확인하기도 한다.

책은 학창시절 탐독했던 소설의 줄거리와 배경 등을 복기하는데도 좋다. 최명희의 <혼불>,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김유정의 <봄봄>등 반가운 소설이 33편이나 등장한다. 취재기록과 대학시절의 고민 등 저자 개인의 흔적도 있다.

저자는 “새벽 3~4시까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출근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자려고 누우면 새로운 아이디어나 문장이 떠올라 벌떡 일어나 메모하거나 노트북을 다시 켜는 날이 많았다”며 즐거웠던 창작의 순간을 전하기도 했다.

기자는 대부분 쓰고 싶은 글보다는 써야하는 글을 쓰기 마련이다. 쓰고 싶은 글을 쓸 때의 해방감을 설명하려면 어떤 꽃이 어울릴까. 시인 김용택이 추천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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